국민의힘에 영입된 ‘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저자 하정훈 원장이 “정치할 생각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 원장은 “저출산 해결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인재영입은 승낙했지만 국회의원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 영입됐지만 국회의원 출마 대신 저출산 관련 정책 개발에만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서울 동작구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하정훈 소아청소년과의원’을 운영하는 하 원장은 육아계에서는 유명 인사다. 100만부가 넘게 팔린 저서 ‘삐뽀삐뽀 119 소아과’는 부모들 사이에서 베스트셀러 육아 필독서로 꼽힌다. 그가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하정훈의 삐뽀삐뽀 119 소아과’도 구독자가 35만명에 달한다. 하 원장은 유튜브를 통해 꾸준히 부모들이 궁금해하는 육아 관련 정보를 설명하고 직접 댓글도 남긴다. “하 원장님 말씀대로 아이를 키운다”는 부모들이 있을 정도로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국민의힘 인재에 영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도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하 원장의 정치 참여 소식에 구독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구독자들은 “정치에 너무 깊이 발 담그지 말아 주세요” “교수님 정치는 ㅠㅠ” “평소 존경했는데 정말 아쉽다” 등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일부 구독자들은 “선생님 행보를 보고 실망해서 구취(구독취소)한다” “큰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에 영입된 것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반면 “인재 영입을 축하드린다”며 하 원장의 정치 참여 소식을 환영하는 반응도 있었다. “당과 상관없이 평소 주장하던 내용을 소신껏 말해달라” “저출산 극복에 큰 힘을 써달라”는 당부와 응원도 있었다.
이에 하 원장은 8일 구독자들의 악플에도 일일이 직접 댓글을 남겼다. 하 원장은 댓글을 통해 “저는 정치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정치 영역인 국회의원은 못한다고 했다”며 “지금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나라가 망할 판이다. 아이를 가지고 싶어하는 문화를 복원하고 아이를 쉽게 키우는 육아문화를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싶어서 인재영입에는 승낙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가서 저출산 해결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며 “부모들께서 아이를 키우는데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제 꿈”이라고 덧붙였다.
하 원장은 “저는 정치인이 아니므로 정치적인 일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국회의원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소아과 의사로서 활동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하 원장의 댓글을 본 한 구독자는 “기사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선생님 생각을 보고 응원하게 됐다”며 “우리나라 정치판과 정부를 신뢰하지 않지만 부디 곧 돌이 될 저의 딸이 살게 될 우리나라를 위해 선생님의 의견이 전달되어 조금이라도 극복될 수 있었으면 한다. 부디 신념을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하 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이같은 생각을 밝혔다. 하 원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워낙 저출산 위기라고 생각해 이쪽에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 참여하게 됐다”며 “(저출산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을 도와주고 제가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 원장은 육아 문화 복원과 육아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해 온 인물이다. 하 원장은 그러면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생기게 해줘야 하고, 2~3명을 키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줘야 하는 데 우리는 그런 것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아이를 키우기 힘들다는 얘기만 10년 동안 한다. 그러니까 아이를 안 낳은 사람도 키우기 어렵다고 하고, 결혼하지 않은 사람도 출산하지 않으려 한다. 그만큼 이 사회가 집단으로 가스라이팅을 돼 있는 상태고 이를 개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