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발전 시설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환하고 있다. 겨울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군에 전력 부족 사태를 초래시켜 추위에 떨게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장기전에 접어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최전방 근처의 화력발전소 중 한 곳이 공격당했다”며 “합리적이고 경제적으로 전력을 사용해달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번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발전장치 2개를 일부 파괴했다. 앞서 이날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홈페이지에 “우크라이나 전역의 408개 정착지에서 ‘적대 행위’와 기술적 문제로 인해 전력이 끊겼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력 시스템이 안정적이고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놀란 주민들을 다독였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피격된 화력발전소의 정확한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중요한 기반시설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밝히지 않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화력발전소를 노린 러시아의 이번 공격을 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새로운 국면으로 이동했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겨울에도 비슷한 전략을 썼다고 뉴스위크는 설명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해에도 겨울을 앞두고 화력발전소가 있는 키이우 북부 지역을 집중 타격한 바 있다. 이번 역시 그때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위기를 초래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이같은 목적을 인지하고 경계해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적들이 기반 시설에 대한 무인기나 미사일 공격 횟수를 늘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기반시설을 겨냥한 공세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8일에도 러시아가 몇 주에 걸쳐 기반시설을 약 60차례에 걸쳐 공격했다고 밝혔었다.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 일대는 매년 10월 초쯤부터 가을장마가 시작되면서 토지가 거대한 진창으로 변한다. 눈과 비로 땅이 진흙탕으로 변해 지상군 진격이 어려워지는 ‘라스푸티차’ 현상인데, 러시아군은 이미 이를 경험했다.
이에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등 인프라를 드론(무인항공기)과 미사일로 집중적으로 공습해 경제에 타격을 주는 전략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공중발사순항미사일(ALCM)로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시설을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내에서는 러시아 인프라 공격에 대응하려는 시민들의 자발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상점과 은행, 주요 소매업체 등은 SNS에 에너지 사용을 줄이자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리고 간판 조명을 차단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