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안락사를 위탁하면서 인도적인 처리를 의뢰받고도 잔혹한 수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수의사가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영아)는 지방재정법·약사법·동물보호법·마약류관리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수의사 A씨(52)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12월 사이 전남 순천 자신의 동물병원에서 유기견 안락사에 사용할 마취제 사용 진료비를 허위로 청구해 보조금 191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실제로 마취제는 사용되지 않았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향정신성 의약품(졸레틸)을 사용했다고 62차례 거짓 보고한 혐의, 지인에게 일반 의약품을 판매해 약사법을 위반한 혐의도 A씨에게 적용됐다.
A씨는 동시에 유기견 89마리를 우리 안에서 굴려 넘어뜨리고 근육에 호흡 마비를 일으키는 약물을 주사하는 등 잔인하게 동물을 죽음을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유기견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봤다. A씨가 사용한 호흡 마비 유발 약물에 대한 규제 범위와 약제 투여량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검사는 동물보호법 위반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A씨도 1심에서 지방재정법 위반 혐의의 유죄 선고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유기견을 고통스럽게 안락사시켰는데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본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A씨가 유기견들에게 마취제를 놓지 않고 호흡 마비 약물을 근육에 주사해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 동물병원에서 일했던 수의사들은 ‘호흡 마비 약물을 주사하면 유기견들이 발작, 사지 꺾임 등으로 10분 이상 매우 고통스러워한다’고 했고 ‘이 과정이 고통스러워 그만뒀다’고 진술했다”며 “호흡 마비 약물 판매사와 세계동물보호협회에서는 전신 마취를 한 뒤 해당 약물을 주사하라고 권고한다”며 “A씨는 이를 지키지 않았고, 정맥주사가 아닌 근육주사로 안락사를 했다. 이는 유기견의 고통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무시하면서 생명을 경시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임소윤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