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한테 증명해 보이겠다. 법에 모순이 있어도 궁극적으로는 옳은 길로 간다는 것을.” 사적복수에 눈이 멀어 폭주하던 김지용(남주혁)을 붙잡아준 조헌의 이 한마디는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비질란테’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조헌은 자꾸만 법의 테두리 밖으로 나가 폭력으로 범죄를 응징하려는 지용을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계속 설득한다.
최근 모든 시리즈가 공개된 ‘비질란테’에서 비질란테를 추적하는 광수대 수사팀장 조헌을 연기한 배우 유지태는 “(지용이) 아깝다는 마음이 제일 컸다고 생각한다. 능력이 출중하고, 악을 바라보는 시선이 명확하니까 악인으로 빠지지 않기를 바랐다”며 “사람이 모인 사회엔 모순이 생길 수밖에 없다. 조헌은 그런 사회의 모순을 이해하는 어른의 모습으로 그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지태는 조헌 그 자체였다. 외형뿐 아니라 생각도 조헌과 닮아있었다. 그는 “조헌은 법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고 교화시키려 한다. 그게 저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며 “앞장서서 시스템을 거스르는 건 어른의 모습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시스템 안에서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조헌의 방식이 저는 더 바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평소 그의 행보엔 늘 이런 소신이 묻어있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후원과 기부를 꾸준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독립영화 후원에도 열정을 다하고 있다. 그는 “저는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이고, 제가 배우를 안 했다면 이런 삶을 영위하며 살 수 있었을까 생각하며 늘 감사하게 살고 있다”며 “제가 사회활동을 하면 그 영향이 더 커지니까 사회가 좋은 쪽으로 변할 수 있더라. 그래서 배우란 직업을 더 사랑하게 됐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본인이 추구하는 삶과 닿아서일까, 유지태는 ‘비질란테’란 작품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그는 원작인 웹툰 ‘비질란테’가 연재될 때부터 지인들에게 추천하며 ‘영상화하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적복수의 통쾌함뿐 아니라 웹툰 위에 BGM을 입힌다거나 유도와 주짓수 등 운동에 대한 정확하고 섬세한 묘사 등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유지태는 “비질란테가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서 프리퀄, 시퀄도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현실에 발붙인 한국형 다크히어로. 유지태는 ‘비질란테’를 이 한마디로 정의했다. “영화 ‘조커’가 인기를 얻었었는데, 사실 히어로로 따지면 조커만큼 능력 없는 건 없거든요. 그냥 사람이잖아요. 근데 왜 사람들은 조커에 공감했을까요. 현실성이 내포돼있고, 우리네 사연처럼 느껴지니까 훨씬 공감하고 깊이 있게 얘기할 수 있었던 거죠. 사적복수를 현실적으로 그린 건 많았어도 히어로물로 그린 건 드물었는데, 비질란테는 그런 히어로라고 생각해요.”
매번 새로운 도전을 즐긴다는 유지태에게 ‘비질란테’는 배우 유지태의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으로 남았다. 그는 “저는 배우로서 (위치가) 중간 정도의 사람 같은데, 이때 새로운 걸 도전하기엔 어려울 수 있다. 도전해서 성과를 내기가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비질란테’는 저의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 캐릭터의 가능성을 보여준 시리즈라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지태의 다음 목표는 ‘넘사벽 액션’ 장면 남기기다. “진짜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그런 장면을 소화하고 싶은 욕심이 있죠. 연기 내공이 쉽게 쌓이지 않듯, 액션 내공도 그렇더라고요. 장면의 밀도가 생기려면 주먹을 쥐는 것부터 달라야 하거든요. 그래서 킥복싱, 권투, 주짓수 등 제가 접할 수 있는 무술의 형태는 다 접해보려고 일주일 계획에 액션은 꼭 들어있어요.”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