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생산공장. 공장 2층의 ‘자동화 셀’이라고 불리는 작업 현장에서는 인간과 협동로봇이 한 팀을 이뤄 일하고 있었다. 인간 작업자가 10여개의 볼트를 올려놓자 로봇 팔이 6개의 관절을 이리저리 꺾어가며 볼트를 끼워 넣는 작업을 진행했다. 인간과 협동로봇이 힘을 합쳐 협동로봇을 만드는 장면이었다.
두산로보틱스는 이 같은 자동화 셀 설비를 내년까지 모두 9개 구축해 수원공장의 협동로봇 생산 규모를 기존 연산 2200대에서 4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협동로봇은 인간과의 ‘상호 작용’을 위해 설계된 로봇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과 비교해 미래 시장 공략에 더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용 로봇은 크고 무거운 데다 정해진 목적 외에는 활용이 어렵다. 반면 협동로봇은 비교적 가볍다. 가장 무거운 두산로보틱스의 모델이 75㎏ 정도다. 또 사람과 닿으면 자동 정지하는 기능도 있다. 어떤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접목하느냐에 따라 하나의 협동로봇을 여러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산업용 로봇 시장이 2018~2022년 역성장(-1.4%)한 동안 협동로봇 시장은 15.9% 성장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다양한 협동로봇 솔루션을 선보였다. 협동로봇 솔루션은 주력 제품인 로봇 팔뿐 아니라 보조 장비, 애플리케이션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패키지로 판매하는 제품이다.
협동로봇에 컨베이어 벨트, 그리퍼(물체를 잡는 장비) 등을 추가한 ‘팔레타이징 솔루션’은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리는 작업을 대체한다. 약 15㎏의 상자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지정된 위치로 이동하자, 8개의 빨판을 장착한 협동로봇이 상자를 흡착해 거뜬히 들어 올리는 작업이 가능했다. 이 시연에 쓰인 ‘H2017’ 모델은 최대 20kg 물체를 2.4m 높이까지 반복적으로 들어 올릴 수 있다. 두산 관계자는 “물류, 식·음료, 의약품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협동로봇 수요가 늘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팔레타이징 솔루션이 가장 유망한 미래 먹거리”라고 설명했다.
협동로봇에 레이저 장비를 결합한 용접 솔루션도 시연됐다. 로봇 팔이 원통형 스테인리스와 접지면 사이에 광선을 발사하자 벌어져 있었던 틈이 매끈하게 메워졌다. 레이저 자동 용접 장비는 ‘용접사 인력난’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식‧음료(치킨, 맥주, 커피) 솔루션, 의료(수술 보조) 솔루션, ‘빈 피킹’(특정 부품을 골라 집어서 옮기는 작업) 솔루션 등도 눈길을 끌었다.
두산은 지난해 협동로봇 시장에서 국내 1위, 세계(중국 제외) 4위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하드웨어 역량 증진과 더불어 협동로봇에 여러 기술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 혁신에도 매진할 것”이라며 “건강에 해로운 일, 많은 이들이 기피하는 일부터 대체해 9조 달러로 추산되는 미래의 로봇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