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 사망 사고와 관련해 원청업체 사장이 7일 무죄를 확정받자 김용균재단은 “기업이 만든 죽음을 법원이 용인했다”고 규탄했다.
김미숙(53)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이 현장을 잘 몰랐다면 그만큼 안전에 관심이 없었단 증거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그런데도 무죄라고 한다면 앞으로 다른 기업주들은 아무리 많은 사람을 안전 보장 없이 죽여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원은 이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이사장은 “기업과 정부 기관이 수십년간 이해관계로 얽혀 사람의 중함은 무시했다”며 “목숨조차 돈과 저울질하게 만든 너무도 부당한 사회를 만들어 놓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거대 권력 앞에 무너지는 사람들의 인권을 찾기 위해 이 길에서 막힌다 해도 또 다른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대법원 청사를 바라보며 “용균아, 미안하다. 대법원은 당장 용균이에게 잘못했음을 인정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김씨 유족을 대리한 박다혜 변호사는 “구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든, 개정법을 적용하든 충분한 증거와 법리가 갖춰져 있는 사건임에도 법원은 위탁 계약과 원·하청 관계라는 형식에 눈이 멀어 그 실체를 보지 못했다”며 “오늘 대법원 선고는 그저 법원의 실패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한 권영국 변호사는 “수십년간 대한민국이 산업재해 사망률 순위 최상위권을 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기업의 문제도 있지만 법원이 깃털과 같은 판결을 해왔기 때문이라는 사실임을 오늘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드러내 주었다”고 비판했다.
회견 참가자들은 손팻말을 들고 “판결 거부한다. 원청이 책임자다” “죽음을 만든 자, 원청을 책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