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부진에 빠진 전통의 강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며 ‘사면초가’ 위기에 빠지는 모양새다. 팀 안팎으로 어수선한 상황이 겹치면서 앞으로 반등도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가디언 등 영국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맨유는 5일 영국 맨체스터 캐링턴 훈련장에서 예정된 에릭 텐 하흐 맨유 감독의 첼시전 사전 기자회견에 미러의 데이비드 맥도넬, 스카이스포츠의 카베흐 솔레콜, ESPN의 롭 도슨, 맨체스터이브닝뉴스의 사무엘 럭허스트 등 출입기자 4인의 출입을 금지했다.
이들 언론이 최근 에릭 텐 하흐 맨유 감독에 대한 비판 기사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맨유 대변인은 “우리가 좋아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먼저 연락을 취해 논평,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아 이러한 조치를 취했다”며 “구단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며 앞으로 우리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재설정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태의 중심에는 지난해 맨유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텐 하흐 감독이 있다. 텐 하흐 감독의 지휘 아래 맨유는 올 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1경기에서 10패를 떠안으며 7위로 주저앉아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선 이미 자력으로 16강에 진출하기엔 어려워졌다.
부진한 성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감독의 리더십 문제까지 불거졌다. 맨유의 공격수 제이든 산초가 도화선이 됐다. 지난 9월 맨유가 아스널전에서 패배한 후 텐 하흐 감독이 산초의 자질을 문제 삼자, 산초는 SNS에 감독과 관련한 비판글을 올렸다. 결국 산초는 1군 시설 출입을 금지하는 징계를 받아 현재까지 전력에서 제외된 상태다.
이후 라커룸 분위기는 눈에 띄게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101년 만에 뉴캐슬에게 3연패를 당했던 원정 경기 중엔 경기장 한 복판에서 선수와 감독의 갈등 상황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텐 하흐 감독이 최전방의 앙토니 마르시알에게 소리를 지르자 화가 난 마르시알도 어깨를 갸웃거리며 대드는 장면이 그대로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경기 후 텐 하흐 감독은 “팀 전체에게 에너지를 주려고 소리를 친 것이지 특정 선수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현지 매체 다수가 맨유 선수들과 감독 사이의 대립에 대해 보도했다. 미러와 스카이는 여러 명의 맨유 선수들이 텐 하흐 감독에게 산초를 재소집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했다. 맨체스터 지역지 맨체스터이브닝뉴스는 맨유의 일부 선수가 텐 하흐 감독의 전술과 선수 영입에 대해 신뢰를 잃었다고 보도했고, ESPN 역시 텐 하흐 감독이 선수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라커룸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직접적인 갈등을 빚었던 산초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마저 감독에게 등을 돌렸다는 내용의 보도가 이어지자 텐 하흐 감독은 크게 반발했다. 4명의 기자들이 배제된 기자회견 현장에서 그는 “선수들이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면 당연히 경청하겠지만, 지금까지 나에게 그런 얘기를 한 선수는 없다”며 “1~2명 정도는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다수는 지금처럼 주도하고, 역동적이고, 용감하게 플레이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