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노동자 또 폐암 사망… “예산 투입이 전부 아니다”

입력 2023-12-06 15:12
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 측이 지난 4일 폐암으로 숨진 학교 급식실 노동자 이혜경씨의 분향소를 설치하려다가 제지당한 뒤 급식실 업무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경기지역 학교 급식실 노동자의 폐암 사망과 관련해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기도교육청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는 “학교 급식실 노동자 이혜경씨가 지난 4일 폐암으로 사망했다”고 6일 밝혔다.

이씨는 성남의 한 고등학교 급식실에서 13년 9개월간 근무하다 2020년 6월 폐암 진단을 받았다. 2021년 5월 폐암 발병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고, 지난해 5월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다.

환풍기. 게티이미지뱅크

전국의 시도 교육청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경력 10년 이상이거나 55세 이상인 급식실 노동자를 대상으로 폐 컴퓨터단층(CT) 촬영을 포함한 폐암 검진을 진행했다. 2021년 2월 학교 급식실 노동자가 폐암을 산업재해로 최초 인정받은 데 따른 조치였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4월 기준 전체 검사 대상자 1만3063명 중 1만1426명을 조사한 결과 125명(1.09%)이 폐암 의심 판정을 받았다.

이에 도교육청은 급식실 노동자 인력 증원과 조리·환기 설비 개선을 골자로 하는 ‘학교 급식실 업무환경 종합계획’을 마련했지만 노동조합은 근본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 이희원 영양사분과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해서 “교육청에서 대책을 모색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다”면서도 “단순히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현장에서 설비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전담 인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질병을 치료한 뒤 원활히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과장은 “일터에 돌아와도 고강도의 육체노동을 못 버티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급식 관련) 사무직 등 학교 내에서 다른 업무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지부 측은 이날 이씨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된 뒤 도교육청을 찾아 정문 앞에 이 씨를 추모하는 분향소 마련을 시도했다. 하지만 도교육청과 경찰의 제지로 분향소 설치는 무산됐다.

이서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