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유해 파주 안장 무산…토지주 “땅 안 판다”

입력 2023-12-06 11:12
지난 2021년 11월 2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발인이 진행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해를 휴전선 인근인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에 안장하려던 유족의 계획이 토지주가 매각 중단을 결정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전 전 대통령 유해 안장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 내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반발했고, 토지(산) 매매 가계약 후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자 부담을 느낀 토지주는 매매 중단을 결정했다.

전 전 대통령은 생전 회고록을 통해 “북녘땅이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통일의 날을 맞고 싶다”고 언급했다. 고인의 부인 이순자씨도 2021년 영결식에서 “남편은 평소 자신이 사망하면 장례를 간소히 하고 무덤도 만들지 말라고 하셨다”며 “또 화장해서 북녘땅이 보이는 곳에 뿌려달라고도 하셨다”고 유언을 전했다.

이에 유족은 지난달 23일 전 전 대통령 사망 2주기를 맞아 고인의 유해를 휴전선과 가까운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에 안장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장산리 주민은 ‘학살범 전두환 여기 오지 마라’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반발했다. 겨레 하나 파주지회, 파주노동희망센터 등 11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30일 매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파주 그 어디에도 학살자 전두환을 편히 잠들게 할 곳은 없다”고 말했다.
겨레 하나 파주지회 등 11개 시민단체가 11월 30일 경기도 파주시 아동동 파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 파주 장산리 매장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일 파주시장도 지난 2일 자신의 SNS를 통해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 학살로 대한민국 민주화의 봄을 철저히 짓밟은 전두환의 유해를 파주에 안장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개인적으로, 또 정치인으로서 전두환 (전 대통령) 유해 파주 안장을 결사반대한다”고 밝혔다.

파주시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박정(파주을) 국회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민국 광주를 피로 물들이고 죽을 때까지 사과 한마디 없었던 폭군이 무슨 자격으로 파주에 오느냐”며 반발했다.

전 전 대통령의 유해 안장 추진에 지역 내 반발이 계속되자 해당 토지 소유자는 심리적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부담감이 있는 상황에서 가계약 기간마저 끝나자 매도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유해 안장을 추진한 토지(산 6만6000㎡)는 캠핑장과 요양원으로 개발을 위해 지난해 3월 토지 매매를 위한 가계약을 맺었다. 올해 10월까지 관련 인허가를 마치고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지만 군 당국 동의 등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해 정식계약이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주=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