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딕 체니 전 하원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해 내년 대선 제3당 후보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낙선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으로 공화당 2위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와의 양자 대결에서도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체니 전 의원이 자사 인터뷰에서 “트럼프 재선을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제3당 후보로 출마할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체니 전 의원은 “몇 년 전이라면 나는 제3당 후보 출마를 검토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계속된 공화당 장악의 결과로 미국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고, 국제적으로도 민주주의는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체니 전 의원은 다만 자신이 출마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표를 일부 잠식해 트럼프 낙마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에 실존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이러한 모든 도전에 대처하고 대응할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며 내년 초까지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체니 전 의원은 자신이 출마 뜻을 접더라도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찍거나, 그의 선거 운동을 돕는 방안 역시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체니 전 의원은 또 내년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의원 선거에서 친트럼프 후보들이 하원 주류가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니 전 의원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트럼프 조력자들이 트럼프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커서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하는 것을 막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 조력자들을 억제하기 위해서도 유권자들이 단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미국 민주주의를 독재 체제로 변화시킬 수 있다”며 “그가 임기보다 더 오래 머물려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체니 전 의원은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의 딸로, 공화당내 대표적 ‘반트럼프’ 인사다. 그는 하원 1·6 의사당 난입 사건 조사 특위에 공화당 대표자로 홀로 참여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이 커지자 재계 일부도 이를 막기 위한 노력에 동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먼이 최근 헤일리 전 대사 측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에 25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보도했다. 호프먼은 조 바이든 대통령 재선을 지지하는 인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에 압도적 1위를 이어가자 그의 당선을 막기 위해 민주당 후원자가 경쟁자를 지원한 것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도 지난달 말 월가 경영진들이 참석한 한 행사에서 “매우 진보적인 민주당 지지자라도 헤일리를 도와야 한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NYT는 “미국 재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막기 위해 헤일리 전 대사를 지원하자는 움직임이 가시화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매사추세츠에서 열린 선거기금 마련 행사에서 “트럼프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제가 출마했을지 확신할 수 없다”며 “그가 승리하도록 놔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마흔을 두 번 맞는 건 지옥”이라고 자신의 고령에 관해 농담했다.
한편 여론조사업체 해리스엑스는 지난달 27~지난 1일 등록 유권자 201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헤일리 전 대사와의 가상 대결에서 37%대 41%로 4% 포인트 열세라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결에서는 40%대 47%로 격차가 더 컸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대결도 41%대 40%로 박빙인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