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지역 ‘사건 브로커’ 성모(62·구속 기소)씨와 관련해 코인 투자 사기 피의자 탁모(44)씨가 수사 무마 등을 대가로 현금 10억원을 전달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부장판사 김용신)은 5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성씨와 공범 전모(63)씨에 대한 세 번째 재판을 열고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성씨 등에게 금품을 주고 사건 무마를 청탁한 탁씨와 그의 동생, 공범 전씨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성씨와 전씨는 지난 2020~2021년 사기 사건 등으로 수사받게 된 공여자들로부터 “사건을 잘 해결해주겠다”며 수차례에 걸쳐 총 18억54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증인으로 나선 탁씨는 “연루된 사건의 모든 처리를 도맡아 해주기로 성씨가 약속해 2020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0억원을 성씨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탁씨는 “보유하고 있던 가상화폐를 현금화해 여행용 캐리어에 담아 광주 골프클럽이나 초밥집 등에서 성씨의 제네시스 EQ900 차량 트렁크에 넣어주는 등의 방법으로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또 탁씨는 “성씨가 사건을 청탁하려면 경찰 고위직 등을 상대로 골프 모임을 해야 한다”며 “골프 회원권 구매, 접대, 변호사 선임비 명목으로 10억~15억원이 필요하다고 얘기해 그 돈을 준비해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고위 간부와 검찰 조사관, 정치권 인사가 참여한 식사 자리에 참석한 성씨가 탁씨에게 현금 1억원을 요구했다는 발언도 나왔다.
탁씨는 “성씨가 2020년 12월 9일 광주의 한 식당에서 경찰 고위·중간 간부, 검찰 조사관, 전남 한 국회의원 비서관 등과 식사한다면서 그날 아침 전화를 걸어와 식당 옆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에 현금 1억원을 넣으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탁씨는 “그날 출장 중이던 제주도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광주로 급히 와 현금 1억원을 식당 주변에 주차돼 있던 성씨의 제네시스 승용차 트렁크에 넣어줬다”고 증언했다.
탁씨는 처음에는 성씨의 공범 전씨에게 사건 청탁을 맡겼지만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전씨를 통해 성씨를 소개받고 여러 사건을 청탁해 해결했다고도 진술했다.
탁씨와 성씨 사이에서 중개 역할을 한 탁씨의 동생도 대부분 비슷한 취지로 진술했다.
증인으로 나선 피고인 전씨도 자신이 탁씨 형제에게 성씨를 소개해줬다고 진술했다. 전씨는 탁씨의 동생과 교도소에서 만나면서 인연을 맺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1일 결심 공판을 열 예정이다.
한편 광주지검은 성씨를 구속 기소한 이후 수사 청탁 등 비위 행위와 관련된 정관계 인맥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사청탁 비위 의혹을 받던 전직 치안감이 실종 후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