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재발한 한국타이어…지분 공개매수에 ‘상한가’

입력 2023-12-05 17:49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왼쪽)과 조현식 고문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2년여 만에 재발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고문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면서다. 조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은 200억원대 횡령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MBK의 공개매수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는 24일까지 한국앤컴퍼니 지분 20.35~27.32%를 공개매수한다고 5일 공시했다.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조 고문과 그의 손을 잡은 누나 조희원씨의 합산 지분율은 현재 29.54%에서 50~57%까지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조 회장이 보유한 지분 42.03%보다 많은 지분을 갖게 돼 경영권 확보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다만 공개매수가 성공할 가능성은 미지수다. MBK는 주당 매수가격을 2만원으로 정했는데, 이날 공개매수 공시 이후 주가가 2만1850원까지 치솟았다.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전날 1만6820원에서 29.90% 급등해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기존 공개매수 가격으로는 개인주주가 조 고문 측 주식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공개매수에 응모하는 주식이 최소 목표인 20.35%에 미치지 못하면 공개매수는 취소된다.

공개매수 방식의 경영권 분쟁은 보통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시세보다 높은 매수 가격을 제시해야 단기간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는 카카오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주가를 끌어올렸다가 금융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은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이 자신의 지분 전부를 조 회장에게 매각하면서 불거졌다. 차남인 조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게 되자 장남인 조 고문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반발했다. 조 이사장은 조 명예회장이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태라며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후 잠잠하던 경영권 분쟁은 조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재개됐다. 조 회장은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타이어 몰드(타이어를 찍어내는 틀)를 다른 제조사보다 비싸게 사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혐의 등을 받는다. 지난 3월부터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지난달 28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MBK는 공개매수 신고서에서 “최대 주주의 횡령, 배임 이슈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일반 주주들의 요구를 이사회에서 원활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영권 안정화 필요성을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주주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개입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MBK는 한국앤컴퍼니 이사 총수의 절반을 초과하는 이사를 지명할 권한을 가진다. 대표이사는 계약 당사자 간 합의로 지명하도록 했지만 합의하지 못하면 MBK가 대표이사를 지명하게 된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