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교사 75% “수능 ‘킬러문항’ 그대로 있었다”

입력 2023-12-05 17:46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었던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권현구 기자

정부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사교육 카르텔’ 근절을 목적으로 초고난도 문항, 이른바 ‘킬러문항’을 배제했다고 밝혔지만 각 교과 담당 교사 4명 중 3명은 “킬러문항 출제가 그대로였다”고 평가했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은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4일까지 전국 중·고교 교사 4127명에게 의견을 물은 ‘수능 운영 제도 관련 현장 교사 설문조사’ 결과를 5일 공개했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75.5%는 ‘올해 수능에서 킬러문항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해당 문항에는 수능 교과 교사 2278명이 응답했다.

‘수능에서 EBS 연계율이 50% 이상이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항목에서 응답자의 53.6%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부의 킬러문항 배제 지시에 수능 출제본부는 올해 처음으로 킬러문항 배제를 위한 ‘공정수능 출제 점검위원회’를 운영했다.

앞서 올해 수능출제위원장을 맡은 정문성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역시 수능 당일인 지난달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교육부 사교육 경감 대책에 따라 소위 킬러문항을 배제했다”며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의 문항을 고르게 출제했다”고 밝혔다.

수능 접수·고사장 설치, 감독·운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수능 감독 및 운영 업무로 인한 중등 교사들의 고충은 크다’는 항목에 응답자의 93.6%가 “매우 그렇다”, 5.7%가 “그렇다”고 답했다.

수능 감독 수당이 적절하느냐는 물음에는 69.6%가 “매우 아니다”, 17%는 “아니다”라고 밝혀 90% 가까이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올해 수능 감독관 기본 수당은 지난해보다 1만원 오른 17만원이었다.

원주현 중등교사노조 정책실장은 “수능이 중요한 국가시험이라는 이유로 교사들이 숙지해야 할 운영 매뉴얼은 지속해서 복잡해졌지만, 수능 접수 제도와 감독 인력 운영 제도는 제자리”라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