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몸담은 고향을 떠나 새 보금자리를 찾아 떠났다. 홀로서기에 나선 ‘헤나’ 박증환은 도전의 설렘과 팀 내 맏형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국내외 정벌을 노린다. 그 과정에서 박증환은 가장 꺾고 싶은 상대로 OK 저축은행 브리온을 꼽았다.
박증환이 본 2024년 리브 샌드박스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7년 만에 소환사 협곡의 지형이 대대적으로 바뀌면서 리브 샌박 특유의 교전력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게 그의 평가다. 4일 서울 종로구 리브 샌박 클럽하우스에서 ‘헤나’ 박증환을 만나 스토브리그와 내년 시즌을 향한 목표를 들어봤다.
-서머 시즌이 끝나고 스토브리그까지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시즌이 끝나면 본가에 내려가고 솔로랭크도 많이 하는 편인데 올해는 테스트를 보러 다니고 여유가 없었다. OK저축은행 브리온과 리브 샌드박스 숙소에만 계속 있었다. 시즌이 끝나고 본가에 못 내려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롤드컵 경기를 모두 챙겨봤는지, 보면서 감명받은 부분이 있었나.
“한국 팀 경기는 거의 다 봤다. 함께 호흡을 맞췄던 ‘딜라이트’ 유환중이 높은 곳까지 가기를 바랐다. 생각보다 빨리 떨어져서 아쉽더라. 개인적으로 T1에 감명받았다. T1이 시즌 중간에 많이 흔들렸다. 국제무대는 메타도 다른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스스로 메타를 찾아 나가더라. 실제로 현재 스크림에서도 그 메타가 이어지고 있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함께 호흡을 맞춘 유환중이 올해 롤드컵에서 뛰었다. 동료를 응원하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본인으로서는 그 자리에 있지 못한 것에 아쉬움도 있었을 것 같다.
“(유)환중이 경기는 다 챙겨봤다. 국내에서 환중이가 우승컵을 드는 것도 실시간으로 봤다. 우승 전까지는 동료로서 엄청나게 기뻤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 자신에게 아쉬운 감정이 들더라. 나만 뒤처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동기부여를 얻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본인이 워낙 순한 성격이라 동생들에게 자주 놀림당하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 몇 번 봤다. 솔로랭크를 할 때 지거나 트롤러를 만난 경우 멘탈 관리하는 비법이 있나.
“실제로 워낙 친구들한테 놀림도 많이 당하고 스스럼없이 잘 지내는 편이다. 다만 나도 솔로랭크나 대회에서만큼은 스트레스를 받고 예민한 편이다. 최대한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을 안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때 팀원들이 놀리면 어떻게 하나.
“사실 그 순간이 제일 힘들긴 하다. OK 저축은행에서는 팀원끼리 오래 지내다 보니 내 기분을 알아서 눈치채고 행동하더라. 리브 샌박 팀원들에게는 내가 어필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걱정이다. 너무 빨리 친해졌다.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스토브리그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4년 동안 몸담은 OK 저축은행을 떠나 리브 샌박으로 이적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OK 저축은행에서의 기억은 항상 좋았고, 오래 있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근데 재작년부터 해외 리그나 다른 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번 연도에 마침 리브 샌박과 이야기가 잘 돼서 이적하게 됐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OK 저축은행 선수들과는 떠날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감독·코치님, 팀원 모두 울적한 분위기를 선호하지 않는 터라 웃으면서 떠났다. 대표님도 마지막에 장갑을 선물로 주셨다. 막상 혼자 새로운 팀에 오니까 어색한 기분이 들면서 혼자 울적하더라. 프로 생활하면서 잘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환경은 처음이다 보니 괜스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팀원 모두 자유계약(FA) 선수로 나가게 돼서 ‘잘 지내’라고 인사했는데, 어느샌가 팀원들이 다시 OK 저축은행으로 들어가더라. 조금 당황했다(웃음).”
-OK 저축은행에서 4년을 보내며 배운 점이 있다면
“OK 저축은행에서는 ‘엄티’ 엄성현과 감독·코치 등 내 멘탈을 보살펴주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내가 정신력이 약한 선수라고 느꼈고 실제로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새 팀에 오다 보니 내가 맏형으로서 동생들의 멘탈을 잡아주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더라. OK 저축은행에 있으면서 분위기나 멘탈 관리 하는 방법을 많이 배운 것 같다.”
-‘정훈’ 이정훈과 호흡을 맞춘다. LEC(유럽·중동·아프리카)에서 활약한 선수다. 어떤 부분이 기대되는가.
“(이)정훈이가 생각보다 훨씬 공격적이더라. 내가 본 서포터 중에서 가장 공격적이다. 그래서인지 라인전이 가장 기대된다. 또 피드백하는 방향이 서로 긍정적이다. 예민할 수 있는 부분도 잘 받아들이는 성향 덕분에 피드백이 수월하다. 빨리 호흡을 맞출 것 같다. 중위권 이상은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팀의 맏형으로서 내년 시즌을 치른다. 팀을 어떻게 이끌고 싶나.
“선수들 모두 실력적으로 뛰어나다. 다만 승패에 따라 감정 기복이 있는 편이다. 좋은 분위기만 계속 만들어 나가면 잘할 수 있다고 본다. ‘윌러’ 김정현이 2003년생인데, 굉장히 지도력이 있다. 나를 잘 도와 팀원들을 챙겨줘서 고맙다.”
-내년 LCK 팀의 로스터가 많이 바뀌었다. 가장 경계하는 팀이 있다면.
“T1, 한화생명e스포츠, 젠지는 가장 세 보인다. 세 팀 모두 바텀라인 선수들이 잘한다. 개인적으로는 OK 저축은행을 꼭 이기고 싶다. 승리 후 최우범 감독님께 ‘오늘은 저희가 이겼네요’라고 메시지를 남기고 싶다.”
-내년 스프링 시즌부터 7년 만에 소환사의 협곡 지형이 크게 바뀐다. 각 라이너의 중요성이 더 올라간 패치라는 주장이 많다.
“꼼꼼하게 보지는 않았지만 항상 평가는 반대로 간다. 여전히 미드라인과 정글라인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교전은 전보다 더 많이 일어날 거 같아 우리 팀에게는 호재로 여겨진다.”
-올해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정훈이와 같이 LCK 올-프로 서드 팀 안에 꼭 들고 싶다. 팀적으로는 플레이오프가 목표다. 멤버들 모두 자신감이 있어 롤드컵 진출까지도 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스프링부터 연습처럼 잘 된다면 좋은 시너지가 날 것 같다.”
-인터뷰를 끝으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리브 샌박에서 아주 잘 적응하고 있다. 무엇보다 밥이 맛있어서 살이 찔 거 같다. 이제 성적만 잘 내면 된다. 정말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팬 여러분, 사랑합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