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서류를 접수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험에 가입하는 방법으로 임차인을 속여 149명의 전세 보증금 183억원을 가로챈 40대가 구속됐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사기·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A(40)씨를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에서 11개 건물 190가구 오피스텔을 소유한 A씨는 2019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임차인 149명으로부터 보증금 183억6000여만원을 받은 뒤 이를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으로 건물을 매입하는 무자본 갭투자(시세 차이 투자)로 부산 지역 11개 오피스텔 건물에 190호를 소유한 뒤, 주로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를 상대로 임차인을 모집했다. A씨는 세입자들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해 주겠다”며 속여 임차인들의 안심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임대사업자였기 때문에 전세 계약을 체결하려면 반드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해야 한다. 이때 근저당 설정 금액과 보증금 총액이 건물 시세의 150%를 넘지 않아야 한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건물에 저당이 많이 잡혀 보험 가입이 어려워지자, 보증금을 축소한 위조 임대차 계약서를 HUG에 제출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제출한 위조 계약서는 총 34건. 문제는 오피스텔 건물 전체가 공동 담보로 잡혀 있어 HUG는 위조 서류가 제출된 호실은 물론이고 건물 전체 호실에 대한 보증 가입을 취소했다. 이 때문에 7개 건물의 임차인 60여명이 보증금 약 70억원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경찰은 또 A씨가 자본이 없고, 나머지 4개 건물도 근저당이 많이 설정돼 전세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는 상황임에도 임차인을 모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A씨가 처음부터 돈을 돌려줄 생각 없이 보증금을 받아 가로챘다고 보고 전체 피해자에 대한 사기죄 혐의 등을 적용했다.
피해자들은 가짜 계약서를 처음부터 걸러 내지 못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제도적 허점에 대해서도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와 차량 등을 압수해 수사한 결과 A씨가 B씨에게 많은 돈을 빌리고, 보증금 일부가 B씨에게 흘러간 정황을 확인하고, B씨를 상대로도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