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오영주 외교부 제2차관이 임명되자 중기부 안팎에서는 갸우뚱한 반응이 나왔다. 예측을 벗어난 의외의 후보라는 점 때문이다. 외교부 출신 관료가 경제부처 수장을 맡게 되는 건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오 장관 후보자는 외무고시(22회) 출신으로 1988년 외교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개발협력국장, 주유엔 차석대사, 다자조정관,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외무고시 출신 정통 외교관이다. 중기부 장관에 지명될 만한 이력은 눈에 띄지 않는다.
2017년 부처로 승격한 뒤 역대 중기부 장관은 모두 정치인들이었다. 홍종학, 박영선, 권칠승 전 장관과 현직 이영 장관 모두 국회의원 출신이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거나 국무회의에서 입지가 좁은 부처에서는 정치인 출신 장관을 선호하는 편이다. 예산 확보나 부처 간 기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통 행정가 출신이 정부 부처 장관을 하는 일도 다반사다. 내부에서 승진하기도 하지만 다른 부처 출신이 맡는 경우도 있다. 기획재정부 출신 행정가가 경제부처 장관을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오 장관 후보자는 외무고시 출신이다. 정통 행정관료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에 적합한 인물이라 장관에 임명됐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딱히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중기부 내부에서는 ‘부글부글’한 분위기도 있다. 중기부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 정통 행정가 출신이 아니라는 점 등이 우려스러운 점으로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공무원은 “중기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며 빠르게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며 “하지만 그간 업무와 동떨어진 분이 장관으로 임명됐다고 하니 허탈하다는 분위기도 나오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