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 밖에 오래 있으면 감기 기운을 느끼듯 누구나 안 좋은 일을 겪으면 우울한 감정이 생긴다. 영화 속 진주도 당연히 아파야 할 시기이고, 나도 힘든 상황에 있을 땐 ‘우울한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잘 견뎌지곤 한다.”
영화 ‘3일의 휴가’에서 주인공 진주를 연기한 배우 신민아는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진주는 엄마 복자(김해숙)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이후 미국에서 하던 교수 일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와 백반집을 한다. 그는 엄마의 레시피를 떠올리며 후회와 원망, 우울감을 견딘다.
이번 영화에 대해 신민아는 “보편적인 감정을 다룬 따뜻한 이야기”라며 “가깝고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나서의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무를 넣어 만든 만두, 잔치국수 등 엄마가 해주던 음식은 진주와 복자의 감정을 잇는 중요한 요소다. 신민아는 “요리는 잘하지 못하지만 칼질은 열심히 준비했다. 무를 정말 많이 썰었다”며 “기술보다는 스팸을 숟가락으로 푹 떠서 김치찌개에 넣는 식으로 엄마가 하듯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그는 최근 연달아 우울한 감정을 연기했다. 신민아는 “아무래도 경험이 쌓이는만큼 20대 때보다 다양한 감정에 더 많이 공감이 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나이 들고 나서 더 밝아졌다. 살기 위해 밝아졌다”며 소리 없이 웃었다.
이어 “성격이 예민하기도 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보니 나름의 방식을 찾은 것 같다. 감정에 깊게 빠지지 않으려 하고 단순한 활동에 집중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배우로서 그는 대중의 사랑을 받지만 끊임없는 긴장과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여전히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게 쉽지 않다.
신민아는 “많은 사람들과 함꼐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말, 행동이나 연기 등에서 실수를 저지르거나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늘 긴장된다. 작품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결과에 대한 부담이 있다”며 “늘 뭔가 신경을 쓰고 있어야 하는 그런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학교 시절인 1998년 모델로 데뷔한 그도 이제 40대에 접어들었다. 20년 넘게 드라마와 영화의 주연,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광고 모델을 유지하는 비결을 물었다. 신민아는 “어릴 때 좋은 이미지가 잘 만들어져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외모는 엄마 아빠를 골고루 잘 닮았다”면서 “이번에 김해숙 선생님과 연기하면서 열정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걸 보고 배웠다”고 말했다.
신민아는 올 연말도 바쁘다. 내년에 방영하는 tvN 드라마 ‘손해보기 싫어서’의 촬영이 한창이고,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의 촬영이 곧 시작된다. 로맨틱코미디, 스릴러 등 장르도 다양하다.
그는 “늘 하고 싶은 게 많다. 어떤 역을 하고 싶다고 정해놓기보단 시기에 맞게 주어진 작품을 했고, 그러다보니 여러 장르를 하게 됐다”며 “지금 드라마를 찍고 있고 차기작도 정해졌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다. 감사한 마음을 생각하고 잘 해야 한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배우 신민아의 목표를 물었다. 그는 “많은 분들이 내가 한 작품을 봐주길 원하지만 결국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며 “내가 최선을 다하고 집중했는지, 연기하면서 행복했는지를 생각해야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