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후 교통사고 위장’ 육군 부사관 징역 35년

입력 2023-12-05 16:03
사고 당시 구조활동 벌이는 119대원들 모습.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제공

강원도 동해에서 지난 3월 아내를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숨진 것처럼 위장하고 사망보험금을 타내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육군 부사관이 1심에서 구형보다 높은 중형을 선고받았다.

제3지역군사법원은 살인 및 시체손괴,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소기소 된 A원사(47)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군검찰은 지난달 8일 열린 A씨 결심공판에서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육군 모 부대 소속 원사 A씨는 지난 3월 8일 오전 4시52분쯤 강원도 동해 구호동의 한 도로에서 숨진 아내 B씨(41)를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가 옹벽을 들이받아 위장 교통 사망사고를 낸 혐의 등으로 구속 상태에서 기소됐다.

공소장에는 A씨가 B씨 사망보험금 명목으로 4억7000여만원을 타내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도 적시됐다.

A씨는 범행 당시 은행 빚 약 8000만원을 비롯해 여러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으로부터 총 2억9000여만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었다.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여러 차례 단기 대출도 받은 상태였다.

1심 법원은 A씨가 아내를 살해했다고 볼 만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여러 정황을 토대로 A씨가 아내의 목을 조르고, 아내가 숨졌다고 생각한 뒤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를 숨지게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만한 징후나 뚜렷한 동기가 없었고, (A씨가) 의식을 잃은 배우자를 발견하고 신고하거나 응급처치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범행 현장을 치우고 청소하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을 한 점 등을 종합할 때 목을 조른 적 없다는 피고인 측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변명과 객관적 정황에 모순되는 진술로 일관하는 등 범행에 대한 참회나 반성 등의 감정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범행의 중대성, 태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을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여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건의 전말은 지난 3월 동해에서 발생한 육군 부사관의 차량 사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B씨가 숨지고, A씨가 다발성 골절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 당시 B씨는 발목뼈가 피부를 뚫고 나올 정도로 심한 골절상을 입었지만 혈흔은 소량만 발견됐다.

경찰은 범죄 연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B씨 사인에 대해 ‘경부 압박과 다발성 손상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소견을 내놨다. B씨의 시신에서는 ‘목이 눌린’ 흔적이 발견됐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