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지자체가 여론조사를 활용해 찬반 의견이 첨예한 정책 결정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통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시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지자체 살림을 꾸리기 위한 것이다.
광주 남구는 “지난달 1일부터 20일까지 ‘정율성로(路)’ 명칭 변경 여부에 관한 주민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5일 밝혔다.
‘정율성로’는 광주 출신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의 이름을 딴 것이다. 남구는 2008년 당시 중국 관광객 유치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이 도로를 명명했다.
하지만 정부와 보훈부가 올해 들어 6·25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과 북한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한 정율성의 이력을 문제 삼은 이후 명칭변경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0월 도로명 변경을 권고하자 남구는 주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이를 수용하거나 배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해당 도로 인근 양림동 주민 1013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76.3%가 도로명 변경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남구는 이에 따라 도로명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로명 변경은 현재 주민 20% 이상이 동의서를 모아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면 자치구가 심의위를 거쳐 거주민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남구는 최근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와 공동으로 9~10월 2개월간 19세 이상 성인과 공무원 등 518명을 대상으로 벌인 ‘주민 행복도 조사’ 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노인뿐 아니라 아동·청소년 문화공간을 확충하는 정책발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형 복합쇼핑몰 유치에 나선 광주시는 지난달 27일부터 1일까지 시민정책참여단 2858명을 대상으로 원정쇼핑 경험 여부와 그 이유, 다른 지역과 차별화 방안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벌였다.
시는 설문에 응답한 단원 2028명(71%)이 원정쇼핑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한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향후 민간사업자와 복합쇼핑몰 건립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응답자들은 복합쇼핑몰 앵커시설(콘텐츠)을 묻는 설문에 ‘자연 친화적 시설’ ‘전통시장 연계 상점’ ‘체험공간’ ‘풍부한 전시 관람’ 등을 꼽았다.
복합쇼핑몰이 왜 필요하냐는 데 대해서는 927명(35.2%)이 ‘도시에 활력이 생긴다’, 913명(34.7%)은 ‘대기업 투자로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답했다. 시는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시민들의 의견이 복합쇼핑몰 건립에 반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시의회는 지난달 한국정책연구원에 의뢰해 광주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교권강화 및 학생인권 여론조사’를 벌여 93%가 수업 방해, 교사 조롱 등 사회적 교육적 교권침해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결과를 얻었다.
시의회는 이를 활용해 학생 인권과 조화를 이루는 교권확보 조례를 제정하고 교사 구제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시민단체들은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민심’을 기반으로 ‘지역사회 발전과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조치’라며 반기고 있다. 시민들이 선호하는 우선순위와 관심사를 파악해 합리적 정책을 도입하고 지역 사정에 맞게 손질하는 지자체 노력으로 평가해야 된다는 것이다.
광주경실련과 참여자치21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자발적 시민참여를 전제로 한 민주주의의 성숙과 발현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 설문·여론 조사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광주경실련 관계자는 “설문·여론 조사를 정책결정에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정책 제안 단계부터 의견제시가 활발히 이뤄져야 정책도입을 둘러싼 예산낭비를 막고 시민 만족도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