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우린 여느 때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기 위해 달려갔을 뿐인데, 성철아 나는 아직 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따뜻한 겨울 날씨 속에 깊은 슬픔이 피어올랐다. 지난 1일 창고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제주 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 소속 고(故) 임성철 소방장의 영결식이 5일 제주도장(葬)으로 엄수됐다.
제주종합경기장 한라체육관에 마련된 영결식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전 10시 운구 행렬이 식장으로 들어오자 도열해 있던 800명의 동료 소방관들이 거수 경례로 고인을 맞았다.
영결식은 묵념과 고인에 대한 약력 보고로 시작해 조전 낭독, 영결사, 조사, 유족 고별사,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전을 보내 고인과 유족을 위로했다. 고인에게는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성중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영결사에서 “임 소방장은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누구보다 성실한 동료였다”며 “임 소방장의 젊은 꿈과 빛나는 미래가 잊히지 않도록 기리겠다”고 말했다.
임 소방장의 대학 동기이자 동료로 함께 근무했던 장영웅 소방교는 추도사를 읽어내려가는 내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장 소방교는 “우리는 대학시절을 함께 하고 같은 센터 같은 팀에서 근무했다. 그날 밤도 우린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여느 때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기 위해 달려갔을 뿐인데”라며 “아직 네가 고인이 된 걸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울먹였다.
이어 “나는 다시 현장에 나가 사람들을 도우며 평생 너를 가슴 속에 간직하겠다”며 “훗날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동료로 너를 이야기하고 기억하겠다”고 했다.
장 소방교가 추도사를 마치자 고인의 어머니가 슬퍼하는 그를 꼭 안아주었다.
고인의 아버지는 슬픔 속에서도 소방 공무원들의 근무 환경이 나아지기를 희망했다.
그는 고별사에서 “유난히 눈이 크던 내 아들 성철아, 29년전 네가 태어나 우리 가족이 되었던 순간을 또렷이 기억한다”며 “이 슬픔이 소방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기를 바란다”고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남화영 소방청장, 소방 공무원 출신의 오영환 국회의원, 동료 소방관 등 800여명이 참석했다. 유해는 이날 오후 3시 제주호국원에 안장된다.
임성철 소방장은 1994년생으로 제주한라대학교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했다. 2019년 경남 창원에서 소방 공무원에 입문했다. 2021년 10월부터 고향 제주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5년간의 소방 공무원 재직 기간 동안 500여 차례 재난 현장에 출동해 모범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지난 1일 서귀포시 표선면 소재 창고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창고 옆 주택에서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후 진압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