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아들, 보고 싶은 나의 아들아. 이제는 아버지가 너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게 됐다. 네가 가장 사랑하는 엄마에게 잘하며 살테니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라.”
화재 진압 중 노부부를 대피시키고 숨진 고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이 5일 엄수된 가운데 가족과 동료들이 눈물로 그를 배웅했다.
이날 오전 10시 임 소방장 운구 차량이 제주시 한라체육관에 도착하자 도열해 있던 동료 소방관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유가족들은 애써 눈물을 참으며 묵묵히 운구 행렬을 뒤따랐다.
임 소방장의 동기이자 친구인 표선119센터 소속 장영웅 소방교는 추도사에서 세상을 먼저 떠난 임 소방장에게 마지막 편지를 전했다.
장 소방교는 “그날 밤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우리는 출동 벨 소리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깜깜한 밤을 구급차를 타고 내달렸다”며 “단지 우리는 여느 때처럼 도움이 필요한 한 생명에 충실하기 위해 달려갔을 뿐인데 하늘은 왜 그리도 너를 빨리 데려가는 건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흐느꼈다.
그는 “나는 내일부터 다시 우리가 자랑스러워했던 소방관으로서 도움이 필요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달려갈 것이고 그때마다 너를 내 가슴에 품고 함께 가겠다”며 “이 세상에 남겨진 가족은 우리에게 맡기고 그곳에서 편하게 잠들길 빌겠다”고 말했다.
임 소방장의 아버지는 고별사에서 “사랑하는 나의 아들, 보고 싶은 나의 아들아. 그동안 나로 인해 많은 압박과 상처를 받고 살았다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이제는 아버지가 너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게 됐다”고 울먹였다.
그는 “대신 네가 가장 사랑하는 엄마에게 잘하며 살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라”며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어 “아들의 희생과 청춘이 동료 소방관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면 우리 가족은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유족을 대표해 동료 소방관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유족과 동료 소방관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운구 행렬이 입장한 뒤 묵념과 고인에 대한 약력 보고로 시작해 1계급 특진, 훈장 추서, 조전 낭독, 영결사, 조사, 유족 고별사,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전을 보내 고인과 유족을 위로하고 옥조근정훈장을 수여했다. 제주도는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임 소방장은 지난 1일 오전 1시쯤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주택 옆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다 변을 당했다. 거센 불길에 무너져내린 창고 외벽 콘크리트 처마에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그는 숨지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 화마에 휩싸인 노부부를 대피시킨 사실이 알려져 동료와 시민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