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비 아껴서 해외여행 갔다…올해 소비 트렌드 키워드는 ‘짠테크’와 ‘여행’

입력 2023-12-05 10:07
GS샵 여행상품 방송 장면 갈무리. GS리테일 제공

직장인 장규연(29)씨는 올해 ‘짠테크’에 집중했다. 외식은 가급적 줄이고 가끔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기도 했다. 그렇게 아껴서 해외여행을 두 차례 다녀왔다. 불필요한 소비는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데 돈을 쓰는 주변 분위기도 장씨가 ‘아껴서 여행가기’를 실천하는 데 힘이 돼 줬다.

장씨는 “월급은 거의 오르지 않았고 주식 수익률은 마이너스인데 물가마저 크게 올라서 아껴 쓸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여행의 기쁨이라도 있어야 짠테크에도 힘을 낼 수 있었기 때문에 여행 계획을 세운 뒤 열심히 아꼈다”고 말했다.

올해 본격적으로 엔데믹을 맞았지만 인플레이션이 더 크게 덮쳤다. 장씨처럼 소비를 최대한 줄여서 절약하려는 짠테크가 주요 재테크 키워드가 됐다. 하지만 3년여 만에 찾아온 엔데믹도 어영부영 보내려 하지 않았다. 장씨처럼 식비를 아끼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서 해외여행에 소비를 올인한 이들이 적잖았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5일 GS샵에 따르면 올해 1~11월 TV홈쇼핑·데이터 홈쇼핑·라이브커머스·앱 등을 통해 판매된 상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행상품의 판매·주문 건수가 현저히 늘었다. 지난달 말까지 여행상품 주문 건수는 지난해보다 87%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연간 대비 80% 수준까지 회복했다. 여행 관련 상품도 많이 팔렸다. 여행가방 브랜드 아메리칸 투어리스트 매출은 지난해보다 5배 가까이 늘었고, 내셔널지오그래픽 여행가방은 3.5배가량 증가했다.

여행지로는 일본 유럽 베트남 순으로 인기였다. 일본은 전체 주문건수의 28%를 차지했다. 거리상 가깝고 엔저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일본이 가장 인기 여행국이 됐다. 유럽 여행 주문 비중은 24%였다. 다낭 나트랑 등 휴양지를 중심으로 한 베트남 주문 비중도 17%에 이르렀다.

GS샵 김동완 프라임 스테이크 방송 장면 갈무리. GS리테일 제공

외식·가공식품 등의 판매양상을 보면 ‘먹는 데 쓰는 돈을 아꼈다’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GS샵에서도 집밥 관련 상품 매출이 늘었다. 각종 가정간편식 상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15% 늘었다. 최근 1~2년 외식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솥밥’도 집으로 들어왔다. 솥밥을 5분 안에 만들 수 있는 압력솥 판매는 8개월 만에 10만명을 돌파했다. 프라이팬 매출은 35% 늘었고, 음식 보관에 쓰이는 밀폐용기 매출은 105% 증가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몇 년간 소비 트렌드는 ‘가성비’와 ‘프리미엄’으로 나뉘었는데 고물가 시대가 되면서 이런 현상이 더 공고해진 것 같다”며 “외식비 상승으로 먹는 문제에서 가성비 상품이 히트였다면 프리미엄은 해외여행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