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테러 맞서던 이스라엘 변호사, 자국군 오인 사격으로 사망

입력 2023-12-05 00:10 수정 2023-12-05 00:10
이스라엘 경찰들이 30일(현지시간) 버스 정류장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격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 50분께 예루살렘 외곽에서 괴한 2명이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사람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AP연합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총격에 맞서던 자국 민간인을 무장대원으로 오인 사격해 그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전 예루살렘 외곽 지역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출근길 시민들을 대상으로 총격 테러를 벌였다. 그 장면을 본 변호사인 유발 도론 캐슬먼(38)이 자신의 권총을 꺼내 그들에게 몇 차례 사격을 가했다.

캐슬먼이 반격을 가하는 사이 무장대원의 차량 반대편에서 군복 차림의 이스라엘 군인도 사격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캐슬먼은 자신이 무장대원이 아니며, 자살폭탄 조끼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권총을 멀리 던지고 무릎을 꿇고 윗옷을 풀어헤쳤다.

캐슬먼은 양손을 위로 올려 필사적으로 ‘항복’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사망하고 말았다.

캐슬먼의 아버지 모셰는 라디오 방송에 나와 “아들은 자신의 신원이 제대로 확인되도록 모든 조치를 취했지만 그들은 캐슬먼에게 계속 총을 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사건 직후 캐슬먼의 사망에 대해 조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번 비극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결국 이스라엘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군도 공동 수사에 나섰다.

현지 경찰은 초기 수사 결과 군인 1명이 캐슬먼을 총격범으로 오인해 사격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그간 이스라엘군이 저지른 과도한 무력 진압이 화두에 오르며 비판이 이어졌다. 팔레스타인 측과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 군경이 위협이 별로 되지 않거나 무고한 사람들을 사살하고 과하게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 2일 이번 사건을 두고 “무장한 민간인의 존재 덕분에 (우리는) 가까스로 여러 차례 성공했고 더 큰 재앙을 막아냈다”며 “우리는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그게 인생”이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캐슬먼을 ‘이스라엘의 영웅’이라고 칭하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이날 무장대원들의 총격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3명이 숨졌다. 하마스 무장대원 3명은 군인과 캐슬먼에 의해 사살됐다.

임소윤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