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은 뿌리 아닌 넥슨에 있다” 게임소비자협회 성명

입력 2023-12-04 13:32
메이플스토리의 캐릭터 엔젤릭버스터. 메이플스토리 홈페이지 캡처

남성 혐오 상징 논란에 휩싸인 넥슨 게임 메이플스토리 사태에 대해 넥슨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비판은 문제의 캐릭터를 그린 스튜디오 뿌리에 집중됐다. 하지만 원청업체인 넥슨이 하청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게임소비자협회는 4일 성명을 내고 “이 사건의 책임은 원청사 넥슨에 있다. 넥슨 사는 자사 노동자의 노동권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인 스튜디오 뿌리 노동자의 노동권, 나아가 협력업체의 생존에까지 광범위한 손해를 끼쳤다”며 “도마 위에 오른 스튜디오 뿌리는 그와 관련한 실무 차원의 업무 지시나 개선 요구를 넥슨에서 일절 전달받지 못했고, 법무팀을 앞세운 회사 차원의 꼬리 자르기식 압박부터 맞닥뜨렸다”고 밝혔다.

최근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엔젤릭버스터의 리마스터 버전을 공개했다. 그러나 해당 캐릭터의 영상 속 손동작이 남성 혐오를 상징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넥슨 측은 곧바로 사과하며 같은 손동작이 포함된 영상이나 일러스트가 없는지 전수조사에 나섰다. 엔젤릭버스터 작업을 맡은 스튜디오 뿌리는 이번 사태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논란 직후 작업 담당자의 퇴사 소식이 알려졌으나 최근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게임소비자협회

이어 협회는 “스튜디오 뿌리 사 대표는 아래로는 성난 여론의 먹이로 희생되었을 뿐 아니라 위로는 법적 대응을 위시한 넥슨 사의 압박에 짓눌리는 진퇴양난에 처했다”며 “사실 여하와 관계없이 논란을 신속하게 종식하기 위해 공지문으로써 무조건적인 사과를 표했고, 그럼에도 논란이 해소되지 않자 자사 노동자의 사직을 골자로 하는 2차 공지문을 게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해 당사자의 노동권을 위협하는 주체가 대기업 원청사인 것을 확인한 시점에서 지속 가능한 게임 문화를 지향하는 협회에게 스튜디오 뿌리는 맞서야 할 적이 아니라 함께할 동료가 됐다”며 “(넥슨은) 협력업체와 그 협력업체의 노동자로 인권 유린을 조장했다”고 강조했다.

넥슨의 근로자들도 피해자라고 언급했다. 주말 새벽에 출근한 넥슨 직원들이 동영상을 1프레임 단위로 검수하며 문제가 된 ‘집게 손’을 찾아내야 했다는 것이다. 협회는 “게임업계의 다른 회사들도 이 ‘집게 손’ 찾기에 동참하며 노동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넥슨 사의 경영진은 이 사태를 면밀히 검토해 현명한 후속 조치로 잘못을 수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