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후원회모금, 문자홍수까지…광주시민 이중고.

입력 2023-12-04 11:03 수정 2023-12-04 15:15

내년 총선을 겨냥한 출판기념회와 예고문자 등이 봇물을 이뤄 지역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자체 허가 없이 게시가 허용돼 도시미관을 해치는 정당 현수막의 남발에 더해져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광주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2024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정치 신인과 출마 예정자 출판기념회, 의정보고회, 북 콘서트, 토론회, 지역별 후보자 여론조사 참여를 권유하는 문자발송이 어느 때보다 홍수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입지자들의 경력·자기소개와 각종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는 사후 문자 등도 이어져 일상생활에 쫓기는 시민들의 짜증을 유발하고 있다. 밤낮없이 쏟아지는 문자가 ‘문자 테러’나 다름없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급증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출판기념회의 경우 ‘선거자금’ 모금창구로 전락한 게 엄연한 현실이어서 연쇄적으로 문자를 받아보는 시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정치신인 등 출마 예정자들은 합법적 수단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알린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는 세력과시와 함께 법망을 교묘히 벗어난 정치자금 모금창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제도적 허점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출판기념회는 선거 90일 전부터 개최할 수 없도록 했을 뿐 별다른 규제가 없다. 정치 후원금과 달리 모금 한도나 수입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돼 1만원 정도의 책값 명목으로 거액의 정치후원금을 받는 게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다.

정치 신인들의 첫걸음이자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출판기념회부터 온갖 편법을 통한 정치자금 모금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출마 예정자들도 “부정적 여론을 잘 알지만 다른 경쟁자가 문자를 보내는 걸 알면서 그냥 손을 놀릴 수 없는 노릇”이라며 “현직 정치인보다 지명도가 떨어지는 입장에서 문자발송과 출판기념회 외에는 뾰족한 홍보수단도 마땅치 않다”고 볼멘소리다.

시민들은 “한 두 번 인사를 나눴거나 지인을 통해 소개 받았는데 문자·전화를 받고 출판기념회 등을 모른 척 넘기기가 쉽지 않다”며 “금전적 부담도 청첩장에 버금갈만큼 만만치 않다”는 반응이다.

앞서 지난해 말 각 정당이 현수막(플래카드)을 자유롭게 내걸 수 있도록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시민들은 도시미관과 교통안전을 해치는 무차별적 현수막 게시로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시야확보가 필수적인 횡단보도 등 장소를 가리지 않거나 욕설 수준의 막말을 담은 현수막도 적잖아 행정안전부가 현수막 게시장소와 포괄적 내용을 제한하는 가이드 라인을 만들었으나 처벌 규정이 미약한 권고 사항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자발송, 출판기념회 모금 상한액 등을 적절히 통제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으나 여·야 정치권은 제살깎기가 두려워 우물쭈물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광주의 한 정치신인은 “나라의 주인인 시민을 섬기려는 정치권 자세와 풍토가 부족한 탓이지만 우선 나부터 당선되고 봐야겠다는 심정은 어쩔 수 없다”며 “자의반 타의반 문자발송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