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내구재 가격 5개월 연속 하락…“내년 하반기 물가 목표 달성 가능”

입력 2023-12-04 06:43

미국에서 승용차나 가전제품, 가구 등 내구재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며 부분적인 디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가격 하락이 지속할 가능성이 커서 내년 하반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정책목표(2%대 물가상승)를 조기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최근 공개한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보고서 분석 결과 내구재 가격이 전년 대비 5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국인들은 지난 3년간 보지 못한 디플레이션을 경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분야별로는 10월 신차 및 중고차와 부품 가격이 전월 대비 0.4% 하락해 5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가전제품은 0.2% 하락했고, 개인용 컴퓨터 등 오락용품은 0.4% 하락했다. 1년 전보다 각각 1.5%, 2.2%, 4.3% 낮은 수준이다.

WSJ은 그러나 서비스와 의류·신발, 식료품 가격이 여전히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전반적인 디플레이션 상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계속되는 내구재의 가격 하락은 팬데믹 때 발생한 공급망 문제가 해소됐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스위스의 투자은행 UBS 소속 경제학자인 앨런 데트마이스터는 “물가를 끌어올린 이유가 공급 문제였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면 물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자동차 가격 하락은 내년에도 미국 물가의 하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하반기 인플레이션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쏟아졌다. 모건스탠리는 “공급망 개선과 수요 약화로 변동성이 큰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상품 가격 하락이 내년 중반까지 가속할 것”이라며 “이는 지속적인 서비스 분야 가격 상승 폭을 상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년 9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1.8%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UBS도 내년 4분기 미국 물가 상승률이 1.7%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2026년에야 목표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예상한 연준의 지난 9월 경제 전망 발표보다 훨씬 빠른 것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를 인용해 “경제 활동이 둔화하고 노동 수요가 둔화하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를 과소평가하는 또 다른 예측 실패를 겪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라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