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지도부와 인요한 ‘갈림길’…‘충돌 통한 결별’이냐, ‘질서있는 마무리’냐

입력 2023-12-03 18:27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김기현 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 갈등 국면이 갈림길에 서 있다. 이들 앞에는 ‘충돌을 통한 결별이냐’, ‘질서 있는 마무리냐’라는 두 선택지가 놓여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친윤(친윤석열)계·중진·지도부의 ‘희생’을 공식 혁신안으로 의결하며 수용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지도부는 “공천관리위원회 소관 업무”라며 당장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받아쳤다.

그러자 인 위원장은 혁신을 직접 마무리하기 위해 공천관리위원장 자리를 요구하는 강수를 뒀다. 이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인 위원장의 과도한 욕심이라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인 위원장이 쥐고 있는 마지막 카드는 ‘조기해산’이다. 인 위원장이 ‘조기해산’ 버튼을 누를 경우, 혁신위를 띄울 때 “전권을 주겠다”며 인 위원장을 데려왔던 김기현 대표를 포함해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혁신위는 4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친윤·중진·지도부 의원의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 안건을 보고할 예정이다. 다만 지도부가 이번 혁신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본연의 역할에 맞는 내용을 최고위에 보고하길 기대한다”면서 “다소 궤도이탈의 조짐이 보인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는 이번 혁신안을 두고 공천관리위 업무에 대한 ‘월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출마·불출마 여부는 공관위 소관”이라며 “혁신위와 공관위는 역할과 기능이 다른데 혁신위가 이를 구별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혼돈의 늪에 빠져들었다”고 지적했다.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직 요청을 두고 “선을 넘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한 최고위원은 “인 위원장이 지금까지 그나마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한 혁신위 활동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자충수를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달 중순쯤 공관위를 띄우면서 본격적인 ‘총선 모드’에 들어갈 계획이다. 혁신위 활동과 별개로 ‘마이웨이’를 걷겠다는 의도다. 인재영입위원회의 영입 인사 발표는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총선용 공약개발을 총괄하는 공약개발본부도 출범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직자는 “공관위가 뜨면 혁신위 존재감은 자연스레 희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혁신위가 이대로 문을 닫을 경우 지도부도 상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초선 의원은 “총선에 나가는 입장에서는 혁신위 해체에 따른 당 지지율 추락을 염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 지도부도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서는 양비론을 기반으로 한 혁신위의 ‘질서 있는 해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인요한 혁신위가 더 이상의 사고를 치지 않고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 지도부도 혁신안을 존중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