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연합교회(UCC) 제44차 총회는 북한으로 알려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이전 UCC 선교지에 대한 모든 소유권을 포기했습니다.”
1898년 한국에 들어와 선교 활동을 펼친 UCC가 지난 10월 31일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글 일부입니다. UCC는 이 글에서 “현재도 진행 중인 한반도의 불안정한 분단 상황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두의 관심사”라며 “우리의 선언은 지난 2021년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발표한 ‘남북 화해를 위한 북녘에 두고 온 재산권리 포기 선언’과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UCC는 증오와 대립의 분단을 극복하고 화해와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기장의 한반도 평화 구축 노력에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고 말했습니다.
UCC의 ‘북한 재산 포기 선언’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이들의 한국 선교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UCC의 전신인 캐나다장로교회는 125년 전 원산에 캐나다 선교부(Canadian Mission)를 세우고 함흥 성진(현 김책시) 회령 북간도 용정 등지에 병원과 학교, 신학교 등을 짓고 의료·교육 선교를 펼쳤습니다. 1925년 캐나다장로교회는 감리교·회중교회와 연합한 UCC를 출범합니다. 이후 함경도와 간도 지역의 대다수 선교 사역과 기관은 UCC가 관리하게 됩니다.
1946년 UCC가 작성한 ‘한국 재산 요약’ 문서를 보면 당시 이들의 선교 사역 규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문서에 따르면 UCC는 서울 내 4165㎡(1260평) 규모의 땅을 매입해 건물 2동을 세웠습니다. 원산과 함흥에는 각각 2만2274㎡(6738평) 땅에 건물 21동을, 7만8370㎡(2만3707평) 땅에 건물 43동을 세웁니다. 북간도를 제외하고 한반도 내 UCC가 보유했던 재산은 19만7352㎡(5만9699평) 규모의 토지와 건물 95동이었습니다. 현재 가치로는 미화 1714만33달러(한화 222억6490만원)에 달합니다.
이들이 일군 선교지는 한반도를 휩쓴 역사의 격랑 속에 사라지게 됩니다. 일제 압박에도 학교와 병원을 꾸려나간 UCC였지만 1941년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파송 선교사와 가족을 본국으로 본격 소환합니다. 윌리엄 스콧(1886~1979·한국명 서고도) 등 4명의 선교사가 남아 선교지를 끝까지 지키려 했지만 일제의 진주만 공습 이후엔 이들도 한국을 떠나야 했습니다.
선교사가 모두 떠난 뒤 UCC 소속 병원과 학교들은 일본군과 소련군의 강제 점유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해방 후 한국에 온 스콧 선교사는 1947년 UCC 선교부에 이런 편지를 보냅니다. “아직 함경도와 북간도로 갈 수 없어 그곳의 실태를 제대로 조사할 수 없습니다… 한국 동북 지역의 선교부 재산을 다시 소유하지 못할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다만 미군이 점유했던 서울의 땅과 건물은 소유권을 되찾습니다. 이후 6·25전쟁과 민주화운동 등 암울했던 현대사와 동행한 UCC는 70년대 초 남한 지역의 모든 재산을 기장 총회에 이전합니다.
기장 총회는 민족 화해와 평화 통일을 위해 2021년 제106회 총회에서 ‘남북 화해를 위한 북녘에 두고 온 재산권리 포기 선언’을 공식 문서로 채택했습니다. UCC의 ‘북한 재산 포기 선언’은 이에 호응해 나온 것입니다. 다만 두 선언 모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닙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상징적 선언에 가깝습니다. UCC는 지난달 기장 총회에 보낸 공문에서 “우리의 대응이 법적 조치로 오해돼선 안 된다. 재산권을 공식적으로 포기하려면 합법적 청구 절차가 필요하다”며 “기장 총회의 선언은 한국 사회와 교회 내 적대감을 없애고자 한 것으로 우리는 이에 호응해 평화를 위한 상징적 행동을 취한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박성국 기장 총회 국제협력선교부장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녘 재산에 관한) 전수조사를 한 뒤 선언을 한 게 아니다. 이번 선언은 남북한 평화를 추구하는 데 방향성을 둔 것”이라며 “평화를 기반으로 사람 간 통일을 이루기 위해 상징적으로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장 총회는 이 선언에서 “한국교회는 세력 확장식의 일방적 북한선교 정책을 내려놓고 온 교회가 연합하여 하나의 창구를 가지고 새롭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남북 모두가 함께 기뻐하고 웃을 수 있는 화해 협력의 길을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기장 총회와 UCC의 색다른 시도가 악화일로인 남북 관계에 대화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