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죽은 남성, 살아있었다… 당시 시신은 누구?

입력 2023-12-02 10:41 수정 2023-12-02 10:42
경기도 의정부의 한 연립주택 지하에서 2003년 5월 26일 목을 맨 변사자로 분류됐던 현재 57세 남성(오른쪽 두 번째)이 20년 만에 주민등록을 회복했다. 의정부시 제공

20년 전 사망 처리된 당시 남성이 뒤늦게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되자 경찰이 재수사에 나섰다.

2일 경찰과 경기도 의정부시에 따르면 A(57)씨는 30대였던 2003년 5월 26일 의정부의 한 연립주택 지하에서 목을 맨 변사자로 서류상 기록됐다. 당시 ‘며칠 전부터 악취가 난다’는 주민 신고로 경찰은 현장을 확인했지만, 시신 부패 정도가 상당히 진행돼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

변사자의 발견 장소는 집 하나에 여러 방을 하나씩 점유하고 월세를 내는 형태의 주거지였다. 이 집의 세입자 대부분은 수개월만 지내는 단기 거주자였다.

당시 경찰은 탐문을 통해 변사자가 발견된 방에서 A씨가 살았다는 주민 증언을 확보했고, 노모 등 가족을 찾아 신원을 확인한 뒤 범죄 혐의가 없어 단순 변사로 사건을 종결했다. A씨는 그렇게 20년간 ‘서류상 사망자’의 삶을 시작했다.

A씨는 경기 북부를 떠돌며 일용직으로 일하거나 고물을 수집하며 홀로 생활했다. 그 사이 자신이 사망자로 분류된 사실을 알았지만 복잡한 절차 탓에 주민등록 복원을 포기하고 살았다.

A씨는 지난 1월 의정부 녹양역 인근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중 한 사회복지기관의 도움으로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법원에서 등록부 정정 허가 결정을 받았다.

결국 시선은 A씨의 변사자 처리 당시 거주지의 방에 있던 시신 쪽으로 쏠렸다. 경찰은 지난 6월 A씨의 등록부 정정 허가 신청과 재판부의 사실 확인 요청에 따라 이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A씨는 경찰에서 “20년 전 지하 방에서 살았다가 돈이 생기면 다른 지역에서 생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만간 A씨를 불러 행적 등을 정식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20년 전 사건이어서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직원이 없다. 재수사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시 시신 신원 확인을 포함한 사건 처리 경위를 최대한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