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앙보다 개인의 행복에 더 관심있다”

입력 2023-12-01 23:24
정재영 실천신대 21세기교회연구소장이 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국 개신교 신자들의 신앙 욕구 조사 결과 세미나에서 설명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평신도들이 신앙보다 개인의 행복에 더 관심을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사회가 ‘핵개인 시대’로 접어들면서 신앙생활도 점차 개인화되는 흐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실천신대) 21세기교회연구소(소장 정재영)가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 한국교회탐구센터(소장 송인규)와 진행한 한국 개신교 신자들의 신앙 욕구 조사 결과를 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발표했다.

세 기관은 ‘탈교회 시대, 평신도가 보내는 목회 시그널’을 주제로 설교 교육 심방 상담 목양 등 목회의 각 분야에서 교인들이 느끼는 욕구를 파악하고, 우선적으로 충족해야 할 영역이 무엇인지 파악해 한국교회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기초자료를 수집했다.

이 중 일상 생활 항목별 관심도를 묻는 질문에 ‘가정의 행복’이 93.4%로 가장 높았다. ‘마음의 평화와 안정’과 ‘육체적 건강’은 각각 91%와 90.9%를 기록했다. ‘경제적 안정/여유’는 85.8%였다. ‘믿음/신앙’은 83.5%로 다섯 번째로 높았다. ‘사회 봉사와 구제’는 63%로 11가지 항목 중 10번째에 올랐다.


신앙 관련 항목별 관심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마음의 평안과 위로’가 86%로 응답 항목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가정의 행복’(83.7%) ‘삶의 의미와 목적’(78.8%) ‘영적 성숙’(76.4%)이 뒤를 이었다. 신앙의 단계가 낮을 수록 영적 성장보다는 개인의 행복과 안정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웃 섬김과 봉사’ ‘사람들과의 교제’는 각각 60.8%, 57.1%로 비교적 낮았다.

정재영 소장은 “코로나19 이후 평신도들의 불안함이 반영된 반응일 수 있다”며 “신앙의 실천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교회는 평신도들이 균형 있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 안내가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평신도의 입장에서 본 신앙적 욕구’를 주제로 논찬을 펼친 한병선 청년의 뜰 본부장은 ‘핵개인’의 시대에 주목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타인과의 관계보다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해졌다”며 “조사 결과는 이웃을 향한 관심보다 개인의 행복에 대한 초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교회도 피해갈 수 없는 시대적 사조”라고 설명했다.

실천신대와 한국교회탐구센터는 여론조사기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월 21일부터 2주간 전국의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