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거야의 압력에 떠밀려서 사임하는 것은 아니다”며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치적 꼼수는 더더욱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해 재가한 뒤 정부과천청사에서 위원장 사퇴와 관련한 배경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사퇴는) 오직 국가와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위한 충정에서 한 것”이라며 “그동안 방통위가 사실상 식물 상태가 되고 탄핵을 둘러싼 여야 공방 과정에서 국회가 전면 마비되는 상황은 제가 희생하더라도 피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 진행 중인 본인의 탄핵 소추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방통위는 물론 국회까지 마비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거대 야당이 숫자의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이는 탄핵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 여러분께서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한다”며 “국회의 권한을 남용해 마구잡이로 탄핵을 남발하는 민주당의 헌정질서 유린 행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그 부당성을 알리고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전날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과정에 대해 “구두로 사의표명했고 인사혁신처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 다만 결정은 오늘 하신 것”이라면서도 “인사권자의 결정이라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더라도 현재 공석인 상임위원들을 임명하면 방통위의 업무수행이 가능하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임명해도 여야 2대2 구도가 돼 꽉 막힌 상황이라 식물 상태인 것은 똑같다”는 답변으로 일축했다.
이로써 방통위는 이상인 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되게 됐다. 방통위는 이날 설명자료에서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6조 제4항 및 방통위 회의 운영에 관한 규칙 제5조 제2항에 따라 이 부위원장이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함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방통위 설치법 제6조 제4항은 위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부위원장과 위원회가 미리 정한 위원 순으로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명시돼있다.
이 부위원장은 차기 위원장 또는 현재 공석인 상임위원들이 올 때까지 위원장 직무를 대리하게 된다. 기존에도 방통위는 상임위원 정원 5명 중 3명이 공석이었고, 이 위원장까지 사퇴하면서 1인 체제가 됐다. 이에 따라 안건 의결이 불가능해져 최소의 업무만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차기 위원장 후보군으로는 정치인과 언론인 출신들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방통위의 주요 정책과 사업의 안정적인 진행을 위해 법조인 출신도 언급된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이 위원장이 업무 공백 우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후보자 지명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