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규모 5.8 지진이 발생했던 경북 경주에서 30일 새벽 또다시 지진이 발생해 시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기상청과 경북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55분쯤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 지점(경주시 문무대왕면)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다.
올해 육상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컸다. 진원의 깊이는 12㎞로 추정한다. 규모 4.0 이상 지진이 발생하면서 이날 새벽 긴급재난문자가 전국에 발송됐다.
이번 지진으로 흔들림의 정도를 나타내는 계기진도는 경북이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는 5였고 울산 4, 부산·경남 3, 대구·대전·전북·충북 2로 대부분 지진을 느낄 수준이었다.
경주 시민들은 새벽에 갑작스럽게 울린 긴급재난문자에 7년 전 일어난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에 떨었다.
이날 지진이 발생한 지점은 2016년 9월 12일 국내 역대 최대 규모인 5.8 지진이 일어났던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 화곡저수지에서 직선거리로 약 21㎞ 떨어진 곳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시민 대부분이 지진으로 인한 크고 작은 흔들림을 느꼈다고 했다.
경주시 동천동에 사는 주민 황 모(62)씨는 “새벽에 재난문자 알림이 시끄럽게 울려 놀라서 잠이 깼다”면서 “7년전 지진보다는 강도가 덜해서 다행이지만,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무대왕면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 모(60)씨는 “잠을 자는데 집이 좌우로 흔들려 놀라서 깼다”면서 “이후에 재난문자 경고음이 울려서 지진이 일어난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전 5시 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지진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행안부는 지진 발생 후 현장 상황 확인 및 관리를 위해 경주에 현장상황관리관을 긴급 파견하고 중대본부장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 주재로 중대본 회의를 개최해 기관별 주요 조치사항을 점검했다.
행안부는 기상청 등 관계부처, 지자체와 함께 추가 지진발생에 대비해 상황모니터링을 지속 실시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관계부처와 지자체는 비상태세를 유지하고, 추가 지진으로 인한 피해 발생 시 대응체계로 신속히 전환할 수 있도록 사전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오전 11시 기준 여진은 총 7회(규모 0.8~1.5) 발생했으며 지진으로 인한 피해접수는 없다. 지진 관련 유감 신고는 경북 59건, 울산 45건, 대구 15건, 부산 7건, 대전 2건 등 총 132건이다.
지진의 진앙지와 10㎞ 정도 떨어진 월성원전은 지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성원전 측은 “현재 가동중인 발전소는 정상 운전 중이며, 월성1,2,3발전소에서 지진계측값이 최대 0.0421(월성1호기)로 계측됐으나 발전소에 미친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하는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도 “방폐장 1단계 동굴 처분시설과 지상지원시설 등 주요시설물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경주와 인접한 포스코 포항제철소도 지진과 관련해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경주시 관계자는 “아직 특별한 피해 상황은 확인되지 않는다. 전반적인 점검을 통해 피해 상황 파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