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 광고에 등장하고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주도적으로 발행한 포르투갈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 나스르)를 상대로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9일(현지시간) “호날두가 미국에서 집단 손해배상소송에 직면했다. 미국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호날두의 바이낸스 광고가 손해로 이끌었다고 주장하며 10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보도했다.
호날두는 바이낸스의 후원을 받고 있다. 바이낸스를 가슴팍에 새긴 유니폼을 입은 사진을 6억1000만명과 소통하는 인스타그램에도 여러 차례 올렸다. 호날두 인스타그램에서 바이낸스 해시태그(#Binance)를 붙인 게시물은 지난달에도 올라왔다.
호날두와 바이낸스의 제휴 활동은 지난해 11월 개막한 카타르월드컵 전후로 활발했다. 호날두는 당시 바이낸스와 함께 자신의 상징 이니셜인 ‘CR7’을 새긴 NFT를 처음으로 발행했다. ‘CR7’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7번’을 뜻한다. 7번은 그의 등번호다.
미국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바이낸스가 호날두를 광고모델로 앞세운 뒤 검색량을 500% 늘렸다”고 주장했다. 호날두가 자신의 큰 영향력으로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는 얘기다. 호날두의 NFT 중 가장 저렴한 것은 발행 당시 77달러에 거래됐지만 1년 만에 1달러까지 폭락했다고 BBC는 지적했다.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유명 인사가 증권 투자를 촉진하면서 누구로부터 얼마를 받았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EC는 암호화폐 중 일부를 증권으로 보고 미 연방증권법 적용을 주장해 왔다.
앞서 바이낸스 창업자인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1일 미국 시애틀지방법원에서 은행보안법 및 국제비상경제권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유죄를 인정했다. 자오는 2017년 중국에서 설립한 바이낸스를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로 서류상 본사를 옮겨 운영했다.
자오는 북한 이란 시리아와 더불어 러시아에 점령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까지 미국의 제재 대상 지역에서 영업하며 거래를 중개한 혐의를 받는다. 총 80회에 걸친 437만 달러(약 56억원) 상당의 암호화폐 거래를 북한에서 중개해 대북 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오는 바이낸스를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CEO에서 물러났다. 미국 정부와 합의한 벌금은 43억 달러(약 5조5000억원) 상당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