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스발바르군도 부근. 북극곰 한 마리가 작은 빙산을 침대 삼아 기대어 잠들어 있다. 얼음처럼 차가운 빙산이 마치 포근한 침대인 양 웅크린 채 잠든 곰의 모습은 귀여우면서 평온해 보인다. 올해 전 세계 야생동물 사진작가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 중 하나다.
전 세계 야생동물 사진작가상은 25개의 사진을 후보로 선정해 투표로 최종 수상작을 선정한다. 25개 작품은 영국 런던의 자연사박물관과 국제심사위원단에 의해 정해진다. 총 95개국의 4만9957개 출품작 중 뽑혔다.
자연사박물관은 잠든 북극곰 사진을 공개하면서 “(작가는) 짙은 안개 사이로 북극곰을 찾는 데 3일을 보내다가 수컷 곰을 보고 8시간 동안 지켜봤다”며 “자정 바로 전에 이 곰은 작은 빙산 위로 기어 올라갔고, 강한 발을 이용해 자신이 누울 ‘침대’를 스스로 개척했다”고 소개했다.
후보작에는 북극곰 외에도 키스하는 것처럼 보이는 토끼 한 쌍, 반짝이는 호수 위에 서 있는 회색곰, 황제펭귄과 아델리펭귄의 사진이 포함됐다. 스코틀랜드의 모나들리스 산맥의 산토끼들을 찍은 사진작가 앤디 파킨슨은 15년간 토끼를 쫓아다녔다. 하지만 그동안에는 이런 순간을 한 번도 목격한 적이 없었다.
파킨슨은 암컷이 접근해 오는 수컷을 강하게 물리칠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치 않게 두 마리의 구애하는 토끼들은 서로 코를 만지기 시작했다. 그는 이 장면이 동물들의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보여준다고 여겼다.
호수 위에서 직립보행 중인 곰을 포착한 존 E 매리엇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칠코강에서 우연히 이 장면을 봤다. 그가 타고 있던 작은 배가 곰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곰은 연어를 잡기 위해 호수 표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배가 지나가자 곰이 순간적으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배 쪽을 힐끗 바라보는 광경이다.
미국 로키마운틴국립공원의 숲속에서 눈더미 위에 있는 눈덧신토끼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후보작이다. 눈덧신토끼는 뒷다리가 뚜렷하게 크고 눈 위를 걸어 다니는 데 알맞게 발달해 있다.
투표는 1월 31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수상자와 상위 4명의 사진은 2월에 발표된다. 최종 선정작은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고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