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브로맨스’는 재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이 중·러 지원을 받고 있어 미국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지난 29(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CFR)에 올린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갖는 의미’ 제목의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하면 김정은과의 브로맨스가 살아나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을 둘러싼 한·미 간 긴장이 다시 고조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가 대선에 이긴다면 첫 임기 때 달성한 것과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최소 세 가지 새로운 현실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나이더 소장은 먼저 “북한과 대화를 추구한 문재인정부와 달리 윤석열정부는 트럼프에게 북한의 증가하는 위협에 맞서 억제 전략을 추진하라고 조언할 것”이라며 “한국 대통령은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치어리더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힐 때까지는 대화 채널을 복원하려는 트럼프 노력에 반대할 것”이라며 북미 관계 회복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나이더 소장은 또 김 위원장이 러시아와 중국에서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있어 트럼프와 대화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는 수모를 겪은 김 위원장은 트럼프가 감당할 수 없는 조건을 정상회담 재개 조건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로 북미 양측이 상대방 정상을 ‘노망난 늙은이’(dotard), ‘로켓맨’(rocket man) 등으로 조롱하며 긴장과 무력충돌 위험이 고조되는 상황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봤다.
스나이더 소장은 트럼프의 복귀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신뢰성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봤다. 특히 트럼프는 과거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한 만큼 한국이 북한과 핵 균형을 달성하려는 유혹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나이더 소장은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리더십이 남북 안보 역학관계를 극적으로 바꾸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을 전례 없는 방식으로 흔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나이더 소장은 “미·중 경쟁 확대에서 비롯된 새로운 지정학적 상황이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2기 트럼프 행정부 외교 정책은 과거 전례와 무관하게 즉각적인 사건을 정치적 이익을 창출하는 데 사용하는 트럼프의 거래 성향에 뿌리를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