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대상 119만명에서 41만명으로 급감…2018년 수준으로 회귀

입력 2023-11-29 18:11 수정 2023-11-29 19:31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41만명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종부세 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 폭을 기록했다. 예상세액도 지난해 3조3000억원에서 올해는 1조5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세 부담이 2020년 수준으로 환원되면서 ‘징벌적 과세 논란’은 해소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주택분 종부세 대상 인원이 119만5000명이던 지난해보다 78만3000명 감소한 41만2000명이라고 29일 밝혔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 대상자 규모가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규모로 보면 문재인정부 초기와 비슷한 수준까지 줄었다.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한 2018년에는 올해와 비슷한 39만3000명이 종부세를 냈다.

대상자가 급감하면서 종부세액도 줄었다. 기재부는 올해 걷어야 할 주택분 종부세액은 지난해보다 55.0%(1조8000억원) 줄어든 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20년 종부세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법개정 효과 등이 반영되며 올해 주택분 종부세는 3년 전 수준으로 정상화됐다”고 말했다.

주택분 종부세 대상 인원과 종부세액이 급감한 것은 현 정부 국정과제인 ‘부동산 세제 정상화’ 영향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종부세율을 하향 조정하고 기본공제액을 상향했다. 또 종부세 과세표준의 기준점인 공시가격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60%까지 내렸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침체로 올해 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18.6%나 급감했다. 이는 공시가격 제도를 도입한 2004년 이후 최대 낙폭 기록이다.

다주택자일수록 종부세를 덜 내게 된 점이 특징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1세대 1주택자의 올해 종부세 과세액은 지난해보다 65.0% 줄어든 905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다주택자 과세액은 2조3000억원에서 84.0% 줄어든 4000억원으로 세액 감소 폭이 더 컸다. 공시가격 인하와 더불어 다주택자에 적용된 중과세율이 개선된 결과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부동산 세금 계산 서비스 셀리몬(Sellymon)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전용면적 84㎡ 크기의 서울 성북구 돈암현대 아파트와 송파구 잠실엘스 아파트를 한 채씩 소유한 1세대 2주택자의 종부세는 지난해 1916만원에서 올해 255만원으로 86.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마포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 아파트를 소유한 1세대 1주택자는 지난해 종부세 85만3000원을 냈지만 올해는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올해 시작된 부부 공동명의 과세 특례 기본공제액이 18억원으로 오르면서 부부 공동명의자는 은마 아파트에 살더라도 종부세를 안 낼 수 있다.

지난해 사상 처음 종부세 대상자 50만명을 넘겼던 서울 지역의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과세 인원은 23만9325명으로 58.4% 감소했다. 세액은 56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6.4%나 줄어들었다. 서울의 종부세 과세인원 비중은 58.0%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인천 경기(23.0%) 비수도권(19.0%) 순이었다.

공시가격 하락률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과세 인원 감소율이 높았다. 가장 감소율이 높은 지역은 세종으로 전년 대비 82.6% 줄어든 1895명으로 집계됐다. 세액 역시 1년 전보다 77.3% 줄어든 53억원을 기록했다. 이외 인천(78.6%) 대구(74.2%), 대전(75.4%) 순으로 과세인원이 감소했다.

종부세 대상자 급감으로 ‘징벌적 과세를 정상화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세수 부족은 정부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종부세수를 5조7000억원으로 예상했다가 지난 9월 재추계 작업을 통해 4조7000억원으로 내려잡았다. 공시가격 하락 폭이 예상보다 더 큰 탓에 17.5% 정도 세수 규모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면 내년도분 종부세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내년 세수가 정부 전망보다 6조원 더 적게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그만큼 재정 당국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