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사직공원 미디어아트 명소로 거듭난다

입력 2023-11-29 16:07


광주 중장년층 시민의 어릴 적 추억이 깃든 사직공원이 미디어아트와 만나 겨울밤을 형형색색 화려하게 수놓는다.

광주시는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벨트 3권역 ‘사직 빛의 숲’이 점등식과 함께 공식 운영에 들어갔다고 29일 밝혔다. 지난달부터 시범운영 중인 이곳은 사직공원 내 기존 산책로 830m 구간을 관람시간 1시간의 미디어아트 야간경관 코스로 개발한 것이다.

3권역의 핵심인 사직 빛의 숲은 빛의 도시 광주를 상징하는 지(G)타워를 포함한 총 11개의 메인 공간과 5개의 서브공간으로 채워졌다. 하절기에는 오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동절기에는 오후 6시30분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무료 운영한다.

주요시설인 G타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동 주관한 2023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에 선정됐다. 한국관광공사가 선택한 대한민국 구석구석 야간관광지이자 관광명소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시는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위상을 높이고 시민이 생활공간에서 미디어아트를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2019년부터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벨트를 조성 중이다.

지난해 3월 준공한 창의벨트 1·2권역 사업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대와 금남공원에 민주와 인권, 힐링과 치유라는 권역별 주제로 조성을 마쳤다. 3·4권역은 광주의 시간 여행지를 주제로 사직공원과 양림동 일대에 야간경관으로 조성 중이다.

사직 시민의 숲 상공을 장식하게 될 미디어아트는 나라의 안녕과 번영·풍요를 하늘에 기원하던 사직단의 역사적 배경과 소재를 활용한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소망이 하늘의 별이 돼 사직공원에 은하수로 쏟아지는 콘셉이다.

이에따라 이곳을 찾는 관객들은 조명·영상·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융복합 콘텐츠를 조상들의 얼이 서린 사직단에서 접할 수 있다. 관객의 동작에 반응하는 쌍방형 콘텐츠 등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한다.

광주 옛 도심 중심부인 사직공원은 1960년대 말 사직동물원이 들어선 이후 70~80년대 가족단위로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이로인해 50~60대 기성세대의 추억과 애환이 서린 나들이 명소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10대 학생들이 비료푸대(부대)· 대나무로 만든 눈썰매·스케이트를 타고 사직동물원 정문 앞 경사로의 빙판을 따라 내려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반투명 비료푸대 앞쪽을 손으로 잡고 발을 굴러 사직공원 경사로를 스키선수처럼 활강할 때면 누구도 부러울 게 없었다.

모두의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는 제사를 올린 사직단이 있던 사직공원은 1991년 동물원이 우치공원으로 옮긴 이후 쇠퇴기를 벗어나지 못해왔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생음악 카페가 하나 둘씩 들어서면서 문화중심도시 광주를 상징하는 ‘통기타 거리’이자 활기가 넘치는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양림파출소에서 사직공원으로 오르는 300m 구간 양쪽 카페 사이에는 감성조명 음악벤치와 피아노건반, 음표 모양 등을 형성화한 상징조형물이 곳곳에 설치돼 멋스럽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사직단의 역사적 의미를 담아 추억과 휴식을 넘어 행복과 소망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빛의숲 사직공원과 미디어아트플랫폼 지맵(G.MAP)은 광주의 대표브랜드인 미디어아트의 중심지이자 대표적 야간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