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X신” 카카오 임원 욕설 논란…“관행 지적하다 실수”

입력 2023-11-29 04:56 수정 2023-11-29 10:23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페이스북

최근 사내 회의에서 욕설을 해 논란이 불거진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2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사건의 전말을 밝혔다. 그는 욕설이 나오게 된 구체적인 경위를 설명하면서 “업무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나온 한 번의 실수였다”며 “그에 따르는 책임은 온전히 제가 지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총괄은 카카오 내부의 산적한 문제들도 폭로했다. 카카오가 쇄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괄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욕설 논란이 불거진 지난 22일 오후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내부 임직원 회의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회의 당일 “제주도 프로젝트에 카카오 스페이스 직원들을 투입하자고 제안했지만, 한 임원이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고 주장했다”며 “700억~800억원이나 되는 공사업체를 담당 임원이 결재·합의도 없이 정했다고 주장하는데 가만히 있는 다른 임원들을 보다가 분노가 폭발해 ‘이런 개X신 같은 문화가 어디 있나’라고 화를 냈다”고 밝혔다.

이어 “조금 후 제가 너무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특히 개X신이라는 용어를 쓴 것에 사과한다고 세 번 정도 이야기를 했다”며 “특정인에게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고 반복적으로 지속적으로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다. 업무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나온 한 번의 실수였다”고 설명했다.

김 총괄은 위기에 빠진 카카오의 내부 쇄신을 위해 지난 9월 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직접 데려온 인물이다. 네이버 공동창업자 출신으로 발달장애인 고용 사업을 하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인물로 대외적 신망도 높아 충격이 더 컸다.

김 총괄은 욕설 논란을 해명하면서 카카오에 산적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그는 경영진 혹은 측근에 편중된 보상, 불투명한 업무 프로세스, 견제 없는 특정 부서의 독주, 특이한 문화와 만연한 불신과 냉소, 휴양시설·보육시설 문제, 골프장 회원권과 법인카드·대외협력비 문제, 아이디씨(IDC)·공연장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끝없는 비리 제보 문제, 장비의 헐값 매각 문제, 제주도 본사 부지의 불투명한 활용 등을 거론했다.

특히 직원들의 급여를 조사하던 중 “보면 볼수록 화가 났다”며 “담당 직원이 30명도 안 되는 관리부서 실장급이 더 경력이 많은 시스템이나 개발부서장 연봉보다 2.5배나 되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20억원이 넘는 초고가 골프장 법인회원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에스엠 사태, 압수수색 등 정신없는 와중에도 평가 및 보상제도 전면 재검토, 법인카드 변경 등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었다”면서 “회사에 별로 도움도 안 될 워케이션센터를 짓는 대신 제주도에 도움이 되는 지역상생형 디지털 콘텐츠 제작센터를 만들어서 지역 인재를 대규모로 고용하고, 장애인 예술단체가 연습하고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김 총괄은 자신의 글 말미에 “이걸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정하면 그걸 따라야 한다. 그러면 부정 행위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릴 수도 없고 인사 조치를 할 수도 없다”며 “이제 판단은 이 글을 보시는 분의 몫”이라고 남겼다. 이번 욕설 논란이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자신을 향한 ‘음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