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증가에도 화장장 예산 줄어…‘코로나 화장대란’ 반복되나

입력 2023-11-29 06:00

초고령사회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화장시설 신설·보수 예산을 줄이고 있다. 자칫 코로나19 확산 당시 화장장을 구하지 못했던 ‘화장대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장사시설설치 사업 예산에 384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 예산(519억원)보다 26% 줄어든 수준이다. 장사시설설치 사업은 화장시설과 화장로의 신·증축과 유지·보수를 지원하는 예산이다. 화장로를 신·증설할 때는 정부가 비용의 70%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지자체에서 부담한다. 화장로 개·보수 비용은 정부와 지자체가 절반씩 부담한다.

화장장 부족은 코로나19 확산이 극심할 때 이미 지적된 바 있다. 1일 사망자가 300명에 육박하는 등 코로나19로 사망자가 급증하자 전국 화장시설이 포화상태가 됐다. 이로 인해 사망 장소 인근에서 화장하지 못해 대기하거나 인근 지역으로 옮겨 화장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같은 상황은 급속한 초고령화에 더욱 심화할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국 화장시설 61곳 중 예비 화장로를 제외하고 321개의 화장로를 즉시 가동할 수 있다. 연간 34만6680구를 화장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사망자 중 화장된 경우는 34만2128구였다. 화장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는 일부를 제외하면 빠듯한 수준이다.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과 대도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 소재 화장로에서 1년간 화장할 수 있는 인원은 3만4560명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사망한 5만1622명은 화장됐다. 1만7062명은 서울에서 사망했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화장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화장장 부족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화장한 경우는 경기(2만6719명) 부산(1만1444명) 대구(5321명) 등에서도 발생했다.

결국 예산 투입으로 충분한 화장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초고령사회 대비 화장시설 설치현황과 과제’에서 화장로 유지·관리 예산 부족을 화장 대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일반적으로 화장로 1기 신설에 6억원이 드는데 국고 지원 단가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자체 부담이 커지고 화장로 신축이 더디게 이뤄진다고 봤다. 보고서는 “국가는 시설 신·증축과 개·보수에 따른 국고보조율을 높이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쪼그라든 장사시설설치 사업 예산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생활밀착형 서비스 발전방안과도 배치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7일 고령화 영향으로 장례서비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1년 화장률이 90.8%에 이르는 등 화장문화가 정착했다고 설명했다. 화장문화 정착으로 관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예산은 줄인 셈이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