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표함에 반대표를?… 北 선거서 67년 만에 나왔다

입력 2023-11-28 17:4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함경남도 함흥 룡성기계연합기업소에 마련된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소에서 찬성 기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찬성 기표함은 녹색, 반대의 경우 빨간색으로 구분돼 있다. 연합뉴스(북한 조선중앙TV 화면)

북한의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이례적인 반대표가 나왔다. 북한이 반대표를 공개한 것은 1956년 11월 이후 67년 만의 일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법에 따라 2만7858명의 노동자, 농민, 지식인, 일군들이 도·시·군 대의원으로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선거 참여율을 99.63%, 해외 체류에 따른 불참률을 0.37%, 기권한 선거자의 비율을 0.000078%라고 주장했다.

이번 투표에서 주목할 것은 찬성과 반대의 비율이다. 통신에 따르면 도 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에 대한 찬성률은 99.91%, 반대율은 0.09%로 집계됐다. 시·군 인민회의 대의원 후보는 99.87%의 찬성, 0.13%의 반대를 받았다.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통틀어 0.1% 안팎 비율로 반대가 나온 셈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 지방인민회의 선거 결과로 반대표를 공개한 것은 1956년 11월 99.73%(리 인민회의)와 99.89%(시·군 인민회의) 찬성률을 집계한 뒤 처음이다.

가장 최근인 2019년 7월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는 참여율 99.98%에 찬성률 100%, 그 직전인 같은 해 3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선거에서 참여율 99.99%에 찬성률 100%가 각각 기록됐다.

북한은 선거를 민주적으로 치렀다는 정당성을 부여할 목적에서 반대표를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 선거를 앞둔 지난 8월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법을 개정했고, 본 선거에서 대의원 후보 1명을 뽑기 위해 2명이 경쟁하는 제도를 처음 시행한다고 선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 26일 함경남도 함흥 룡성기계연합기업소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선거에 참여했다. 북한 조선중앙TV에 공개된 김 위원장의 투표 당시 사진을 보면 기표함은 찬성에 녹색, 반대에 빨간색으로 구분된다. 기표함 외관에서 찬반 의견을 노출하는 이번 선거는 비밀투표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