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으로 나눈 사랑…“추워지면 봉사할 때라고 느껴요”

입력 2023-11-28 17:22 수정 2023-11-30 18:05
28일 서울 도봉구 순복음도봉교회 광장에서 열린 제16회 사랑의 김장나누기에서 변재운 국민일보 사장과 염기동 농협경제지주 상무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김장김치를 만들고 있다. 권현구 기자

28일 오전 11시 서울 도봉구 순복음도봉교회 광장 앞은 고무장갑을 낀 자원봉사자들로 북적거렸다. 초겨울 한파에도 이들은 일렬로 서서 양념을 묻힌 배추를 한 포기씩 옆 사람에게 넘겼다. 혹시라도 배추를 떨어뜨릴까 “조심, 조심”을 외치며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국민일보와 농협경제지주가 주최하고 도봉구가 주관한 ‘2023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가 이날 차가운 날씨 속에 열렸다. 변재운 국민일보 사장,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신만 도봉구의회 의장, 염기동 농협경제지주 상무가 참석했다. 이외에 사단법인 에이레네사회복지회 등 도봉구 내 봉사단체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는 올해로 16년째다. 추운 날씨 탓에 봉사자들 입에선 김이 났지만, 얼굴에는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김장 나누기 ‘n번째’ 봉사자인 송모(60)씨는 “매년 나와서 김장 봉사를 하고 있어서 몇 년째인지 세기 힘들다. 날이 추워지면 김장 봉사할 때가 왔다는 걸 몸이 먼저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송씨와 봉사자 대부분이 노련한 김장 솜씨를 뽐냈다. 해마다 김장을 해왔다는 양모(54)씨는 “봉사자들은 김치를 사 먹지 않고 몇십 년 동안 직접 담가 왔던 분들이라 우리 속도를 아무도 못 따라온다”고 말했다.

1시간쯤 지나자 광장에는 금세 김치 1000박스가 차곡차곡 쌓였다. 어느덧 봉사자들 이마에도 땀방울이 맺혔다. 이들은 “함께 하니 힘든 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봉사에 동참한 변 사장은 “김장 봉사는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런 좋은 분위기가 지역사회에 번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 의원은 “김치를 담가주신 분, 배송해주시는 분 모두 각자 맡은 일에 책임져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자원봉사자들이 담근 김치 1000포기를 포함한 총 5000포기의 김치는 도봉구 내 14개의 주민센터로 전달된다. 이후 저소득층 다문화 가구, 장애인 가구, 독거노인 등에게 배달될 예정이다. 염 상무는 “지역사회 나눔을 실천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주민센터로 전달된 김치 5000포기와 라면 6400개는 농협경제지주와 한국무배추생산자연합회, 한국고추산업연합회가 후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