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KBO 시상식의 스포트라이트는 ‘트로피 수집가’들에게 쏟아졌다.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수확한 에릭 페디는 물론 노시환(홈런·타점) 홍창기(출루율·득점) 손아섭(타율·최다안타)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같은 날 2명의 다관왕이 더 탄생했다. 퓨처스리그를 폭격한 홍성호(두산 베어스)와 김석환(KIA 타이거즈) 두 거포가 주인공이었다.
둘의 공통점은 한둘이 아니다. 공식 신장 187㎝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좌타 외야수라는 점은 물론 퓨처스에서 오랜 담금질을 거쳤다는 점도 비슷하다. 홍성호는 2016년, 김석환은 2017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홍성호는 올 시즌 북부리그를 초토화했다. 63경기에서 타율 0.364를 기록하며 15홈런 59타점을 올렸다. 모두 리그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김석환은 남부리그를 평정했다. 18홈런 73타점을 쓸어 담고 2관왕에 올랐다. 타율도 0.307로 준수했다.
2군에서의 활약이 무색하게 1군에 자리 잡진 못했다. 김석환의 뜨겁던 방망이는 콜업만 되면 식었다. 23타수 3안타(0.130) 빈타에 시달렸다. 홍성호는 3할 가까운 타율을 기록했으나 수비 등지에서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고 결과적으로 퓨처스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아쉬움은 수상 소감에서 묻어났다. 단상에 오른 홍성호는 “1군에서 팀에 더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많이 부족했다”며 “내년엔 좀 더 승리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대 거포에 목마른 양 팀 팬들이 둘에게 거는 기대는 작지 않다. 두산의 4번타자 김재환은 풀타임 주전 도약 이래 올해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KIA의 경우 최형우 나성범이 건재하나 그 뒤를 이을 후계자가 마땅치 않다.
2024시즌은 위기이자 기회다. 퓨처스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만큼 만년 기대주 꼬리표를 떼고 1군에서도 통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1997년생인 홍성호는 내년이면 프로 데뷔 9년 차, 두 살 어린 김석환은 8년 차가 된다.
누구보다 당사자들이 이 사실을 잘 안다.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 일정 탓에 시상식에 불참한 김석환은 소감 영상을 통해 “내년엔 KBO리그에서 상을 받아 시상대에 오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