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친윤(친윤석열)·중진 인사들의 ‘침묵시위’에 이어 인요한 위원장의 ‘설화’에 발이 묶였다.
결정타는 인 위원장이 이준석 전 대표를 ‘준석이’로 낮춰 부르며 이 전 대표 부모를 운운한 발언이었다.
인 위원장은 지난 27일 “이준석 전 대표와 그 부모님께 과한 표현을 했다”며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다.
인 위원장이 그 전날인 26일 충남 태안에서 열린 당원 행사에 참석해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며 “그것은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 잘못이 큰 것 같다”고 발언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이었다.
당장 혁신위 내부에서 우려가 나왔다. 한 혁신위원은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다른 정치인들의 막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도 서둘러 사과한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27일 공식 사과문에 이어 방송 인터뷰에서도 “애가 잘못되면 어른이 지적받는데, 그런 의미에서 한마디 한 게 부모님께 화살이 가서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무슨 말인지 솔직히 해석은 어렵다”며 “그동안 혁신위원장으로서 하여간 수고하셨다”고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인 위원장의 구설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나라님”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임을 고백했다”는 공세를 받았다.
인 위원장은 지난 15일에는 “(대통령 측에서) 지금 하고 있는 임무를 소신껏 끝까지 다 해달라는 신호가 왔다”며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언급했다.
지도부·친윤·중진의 희생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는데, 인 위원장이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인 위원장은 또 혁신위 출범 초기에 언론 인터뷰에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전화를 매일 하는 엄청 친한 사이”라고 말했다가 ‘김한길 배후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혁신위는 30일 지도부·친윤·중진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의결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지도부가 수용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당내 지배적인 분위기다.
혁신위가 인 위원장의 설화 논란과 혁신위원 간 내홍을 겪은 상황에서 혁신안마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운영 동력이 떨어지면서 12월 초 조기해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당 내부에서 혁신위가 소명을 다했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자창 정우진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