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대출 광고를 올린 뒤 상담자의 개인 정보를 빼돌려 ‘대포 유심’을 만든 뒤 보이스피싱 조직에 공급한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대포 유심은 유심 명의자와 실사용자가 다른 경우를 뜻하며 주로 대포폰 범죄에 사용된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총책 20대 정모씨를 포함한 조직원 32명을 검거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기 및 사문서위조·행사 등 혐의로 주요 가담자 9명을 구속하고 나머지를 불구속 상태로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정씨 일당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5월까지 네이버 및 카카오톡 등 SNS에 거짓 대출 광고를 미끼로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한 상담자 866명 정보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불법으로 수집한 피해자들 정보로 유심 2366회선을 개통해 전화금융사기 등 범죄조직에 공급한 혐의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동네 선후배 사이인 일당은 경남 창원의 호텔 등 숙박업소에 사무실을 차린 뒤 자금관리·개통·배달 등 역할을 분담했다.
일당은 거짓 대출 광고를 보고 연락한 이들에게 대출 심사에 신분증 사본과 휴대전화 개통 이력 등이 필요하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통신서비스 가입 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의 ‘엠세이퍼’를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들이 엠세이퍼를 이용한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전화번호 변경 등으로 사용이 정지돼 대포 유심으로 이용할 수 있는 유심을 찾기 위해서였다.
일당은 통신사에 피해자들 몰래 유심 변경신청서를 제출하는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후 회선당 25만~35만원을 받고 범죄조직에 유심을 팔아넘기고 부당 이득 5억9000만원가량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일당이 유통한 대포 유심의 피해자는 118명으로 피해 규모는 21억원에 이른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죄수익 대부분을 유흥비와 조직원 월급 등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 1월 불법 통신중계소 단속 과정에서 중계소에 사용된 대포 유심 유통망 상선을 추적하다가 유통조직으로 의심되는 조직원이 경남 창원 소재 호텔 객실 2곳을 범행 사무실로 이용하며 장기 투숙한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컴퓨터 4대에서 모두 300GB 분량의 전자정보를 분석한 증거와 대량의 개인정보가 조직원 간 공유된 정황과 866명의 개인정보로 2366회선 대포 유심이 개통된 사실을 확보했다. 또 압수수색 등을 통해 위조한 유심과 변경신청서 등 증거를 확보하고 주요 조직원을 특정했다.
경찰은 총책 정씨가 은닉한 범죄 수익금 1억8700만원을 기소 전 추징 보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몰래 개인정보를 탈취한 유심 유통 조직이 보이스피싱 등 또 다른 범죄 조직에 유심을 제공한 사건”이라며 “명의도용 방지를 위해 통신사 유심 변경 시 명의자가 사용하는 휴대전화 번호로 변경 이력 내용을 담은 문자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