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직원을 16년간 무임금으로 부려 먹고 국민연금까지 빼돌려 쓴 악덕 업주가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업주는 재판 과정에서 “장애인 직원을 가족처럼 돌봐왔다”고 주장했지만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준사기, 횡령, 장애인복지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71)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장애인 관련 기관 5년 취업 제한 명령도 확정됐다.
충북에서 김치 공장을 운영하는 A씨는 2005년 3월부터 2021년 9월까지 16년 넘게 60대 발달장애인 B씨에게 배추 운반, 청소 등을 시키고도 임금 2억1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B씨 퇴직금 3000만원을 주지 않고, B씨에게 입금된 국민연금 수급액 1600만원까지 빼돌려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B씨를 신체적, 정서적으로 학대한 정황도 드러났다. A씨는 B씨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손으로 머리를 때리거나 발로 몸을 걷어찬 것으로 조사됐다. “내가 사준 옷을 다 내놓고 나가라”며 B씨를 알몸 상태로 내쫓아 B씨가 공장 근처에서 알몸으로 30분간 배회한 일도 있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자신과 자기 가족만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16년 6개월간 B씨로부터 빼앗은 자유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되돌려줄 수 없다”고 질책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2심에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B씨를 장기간 가족처럼 돌봐왔으므로 근로관계를 전제로 하는 준사기, 근로기준법위반 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은 A씨가 B씨에게 “통장에 임금을 넣고 있다”고 거짓말한 점, B씨가 공장을 사업장으로 한 직장건강보험에 가입된 점 등에 비춰봤을 때 A씨가 B씨에게 근로 대가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1·2심에서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3000만원씩 공탁하고 B씨 계좌에 국민연금 횡령액 1600여만원을 입금한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징역 3년으로 줄였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