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하는 등 현 정부의 경찰국 설치에 앞장서서 반대했던 류삼영 전 총경이 내년 총선 출마 뜻을 내비쳤다. 류 전 총경은 다음 달 14일 고향인 부산에서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공개 행보를 시작할 예정이다.
류 전 총경은 28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 출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했다.
류 전 총경이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7월 말 사직서를 제출할 때는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정치할 깜냥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었다. 하지만 출판기념회를 계기로 본격적인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다음 달 14일 부산에서 ‘나는 대한민국 경찰입니다’ 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이다. 부제는 ‘윤석열 정부와의 한판승부’로 정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앞다퉈 출판기념회를 여는 시기에 그 역시 현 정부와의 대립각을 세우며 얼굴을 내미는 것이다.
류 전 총경은 출판기념회 홍보물에서 “원하지 않던 모습으로 경찰의 길이 끝났다. 길은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되기도 한다”며 “저 역시 새로운 길을 걸어보려 한다”고 적었다.
그는 ‘새로운 길’의 의미에 대해 “다시 경찰의 길로 갈 수는 없으니 뭐가 됐든 새로운 길일 수밖에 없다”며 “특정한 길을 정해두고 제시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총선 출마를 결정한 상태에서 사용한 표현은 아니라는 취지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류 전 총경 영입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는 지난해 7월 경찰 인사 때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이후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류 전 총경은 “임은정 검사를 만나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게 마음을 힐링(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권유를 받았다”며 “글을 쓰니 마음이 정리가 돼서 좋았다”고 집필 계기를 설명했다.
새로 출간될 그의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경찰국 사태 전후의 이야기, 2부는 검찰이 장악한 우리 사회, 3부는 경찰 생활 이야기, 4부는 경찰로서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류 전 총경은 “검찰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장악했는지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류 전 총경은 지난해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주도했다가 징계를 받았다. 이후 인사에서 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발령이 나자 ‘보복성 인사’라고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부산 출신인 류 전 총경은 현재 부산에 거주하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