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평화통일 운동, 北 주민 삶 개선…향후 창의적 남북 공동사업에 나설 필요”

입력 2023-11-27 18:34
한국기독교북한동포후원연합회 관계자들이 1998년 10월 인천항에서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에 보낼 인도적 대북지원품을 배에 실은 모습. 남포항으로 향하는 이 배에는 X레이 검진 차량과 밀가루 1천t, 분유 14t이 실렸고 인도 요원 5명도 탑승했다. 국민일보DB

한국교회 인도주의 지원 규모가 대북 민간지원단체 지원총액의 70%에 달하며 이는 북한 주민의 생존권 보호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남북 관계 ‘빙하기’ 속 민간 협력 재개를 위해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를 피하는 창의적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문식 남북나눔운동 이사는 27일 ㈔평화통일연대(이사장 박종화 목사)가 주최한 ‘한국교회 초청 화해와 평화, 평화통일을 위한 포럼’에서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노력으로 한국교회는 한반도에서 ‘남북 평화 구축의 조성자’ 역할을 맡게 됐다”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도 새롭게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문식 남북나눔운동 이사가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국교회 초청 화해와 평화, 평화통일을 위한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포럼은 최근 9·19 남북군사합의 무력화로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교회의 평화통일 운동을 돌아보고 향후 방향을 모색키 위해 마련된 자리다. 포럼에서 ‘기독교 대북지원운동의 역사와 미래전망’을 발표한 이 이사는 “북한 주민의 기독교 이미지 개선에 대북 지원이 영향을 미쳤다면 탈북 동포를 향한 지원과 선교는 우리 사회 내 교회 이미지 개선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북 지원의 실효성과 분배의 투명성 등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도 했다. 이 이사는 “‘구호 식량이 북한 빈민층이 아닌 특권층에게만 간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는 80% 정도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우리가 지원을 멈출 순 없는 건 특권층에게 준 구호식량이 장마당에 팔려 시장 가격 안정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결국 빈민층도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줄 수 있는 한 최대한 나누려고 했다”고 밝혔다.

남기평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국 간사가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국교회 초청 화해와 평화, 평화통일을 위한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북한은 지난 2018년 인도주의 지원을 남북 공동사업으로 전환할 것을 교계에 제안했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와 남북 관계 경색으로 현재는 불가능한 상태다. 이 이사는 “북·중·러와 한·미·일의 적대적 대치에 의해 남북관계가 ‘신(新) 냉전기’에 들어선 상태”라며 “대북 지원을 위해선 유엔 대북 제재에 속하지 않는 관광 등의 분야로 남북 공동사업을 창의적으로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예장합동,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4개 교단 북한선교 담당자가 나서 그간 국내외 북한선교 활동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선 2021년 기장 총회가 발표한 ‘남북 화해를 위한 북녘에 두고 온 재산권리 포기 선언’이 한국교회 전반으로 확산되길 바란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사단법인 평화통일연대가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한국교회 초청 화해와 평화, 평화통일을 위한 포럼’ 참석자들이 경청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한세욱 기장 평화공동체운동본부 집행위원은 “지난달 열린 캐나다연합교회 제44차 정기총회에서 ‘시가 1071만4000캐나다달러(102억5523만원)에 해당하는 북녘 내 103개 필지와 95개동 건물의 재산권리를 포기한다’는 선언이 통과됐다”며 “국내외 교단들도 이 선언에 동참한다면 남북 간 교류·협력은 물론, 상호 신뢰 구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제안했다.

평통연대 상임고문인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발표를 들으며 분단 장벽을 극복하려는 한국교회의 뚜렷한 노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만 이들 정책이 ‘흡수통일 후 어떻게 선교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분명한 건 남북 모두 유엔에 가입한 체제가 다른 독립 국가라는 것이다. 이를 분명히 인식하면서 분단 극복과 선교 한국을 위해 성서적 노력을 심화시키자”고 격려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