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순방 중 김규현·권춘택 또 ‘인사 싸움’ 보고받고 격노…전격 경질 결정

입력 2023-11-27 18:02 수정 2023-11-28 09:09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영국·프랑스 순방 중 김규현 전 국가정보원장과 권춘택 전 1차장이 또다시 인사 문제로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격노해 두 사람을 포함한 국정원 수뇌부의 경질을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7일 “인선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경질이 전격적으로 단행됐다”면서 “후임 국정원장을 발표하는 데 연말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오늘내일 사이에 신임 국정원장 후보자가 발표될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영국·프랑스 순방(20일∼26일)을 앞두고 김 전 원장의 최측근 인사이면서 인사문제 논란으로 면직된 A씨가 또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국정원 내부 감찰 문제로 김 전 원장과 권 전 차장이 충돌했다는 주장이 정설처럼 퍼졌다. 김 전 원장이 권 전 차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국정원 내부에서 인사와 관련된 갈등이 다시 터지자 해당 내용은 윤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영국·프랑스 순방에서 귀국했던 날이었던 26일에 김 전 원장과 권 전 차장에 대한 경질을 즉각 단행한 것은 이번 사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분노와 실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와 거리가 있는 인사·조직 문제로 국정원이 자주 흔들리며, 보안이 생명인 국정원의 내부 문제가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후임 국정원장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실은 후임 인선을 통해 국정원 수뇌부를 ‘미국통’에서 ‘대북·정보 전문가’로 교체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외교관 출신의 김 전 원장은 박근혜정부에서 외교부 1차관과 국가안보실 1차장, 대통령 외교안보수석 겸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을 지낸 ‘미국통’으로 분류됐다.

권 전 차장은 국정원의 미국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주미한국대사관 정무2공사 등을 역임했던, 역시 ‘미국통’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정부 ‘국정원 1기’는 한‧미간 정보협력 체계를 복원‧발전이라는 큰 임무에 따라 미국 외교 경험이 있는 이들로 구성됐고, 이 협력체계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제 ‘국정원 2기’는 정보수집‧분석을 중심에 두고 북한 정보에 특장점이 있는 이들로 채워졌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는 등 한반도 긴장 수위가 높아진 점도 이 같은 ‘2기’ 리더십 구축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홍장원 신임 1차장, 황원진 신임 2차장 임명 사실을 알리며 “해외 정보와 대북 정보에 잔뼈가 굵은 최고의 전문가들”이라고 설명했다.

신임 국정원장은 국정원 내부 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 인물이 기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김 전 원장과 같은 외교관 출신보다는 ‘정통 정보맨’이나 군 출신 인사들이 발탁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정원 본연의 업무와 관련한 정보 전문가들이 다수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내부 출신으로는 변영태 전 해외공작국장, 김옥채 일본 요코하마 총영사,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 등이 거론된다.

군 출신으로는 김용현 경호처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이 하마평에 올라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