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도로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내년 총선 의석수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데,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에서 과거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한다는 비판도 예상된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27일 통화에서 “아직 지도부에서 확정된 건 없다”면서도 “비례대표를 늘리고 권역별로 정한다는 조건으로 병립형 비례제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거 상황에 따라 어떤 게 더 유리한 제도인지 따져보면 병립형 비례제가 현실적인 선택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호남 한 의원도 “지도부뿐만 아니라 의원들 사이에서도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가자는 의견이 많다”면서 “공식적으로 말을 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병립형 비례제는 지역구 의석수와는 별개로 단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는 제도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에서 나타나는 ‘꼼수 위성정당’ 부작용을 제도적으로 원천 방지할 수 있지만,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휩쓸어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이 어려워진다는 단점이 있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지역구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유리하게 하자는 취지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도입됐지만, 위성정당 문제를 낳았다.
민주당이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고심하는 건 내년 총선 의석수 경쟁을 둘러싼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준연동형 비례제가 유지되면 위성정당을 창당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민주당도 똑같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맞불’을 놓지 않으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 26일 SNS에 공유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준연동형 비례제 아래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만들고 민주당은 만들지 않았을 때 민주당 의석이 26석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오는 29일 의원총회에서 병립형 비례제 회귀 등 모든 선택지를 열어놓고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준연동형 비례제 포기 기류를 두고 당내 반발이 있어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대선 당시 연동형 비례제를 약속했다는 점도 지도부로서는 부담이다.
비명(비이재명)계 한 의원은 “병립형 회귀는 민주당의 선거제 개혁 약속을 모두 짓밟는 행위이자 거대 양당제 속에서 적대적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뜻”이라며 “정치 퇴보에 대한 파장이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