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가 고점 대비 반 토막 났지만 이를 기초자산으로 설계된 주가연계증권(ELS)은 증권가를 중심으로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홍콩 H지수 고점에서 판매된 ELS는 대규모 원금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현시점 대비 추가 급락 가능성은 작게 보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증권가에서는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설계된 ELS가 1조3759억원 규모 판매됐다. 금융당국이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들의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문제가 확산하고 있지만 최근에도 이를 찾는 투자자가 있었다는 얘기다. 홍콩 H지수가 추가 급락하지만 않으면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상품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KB증권은 이날 오후 4시까지 공모형 ELS 상품 청약을 진행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 유로스톡스50지수와 함께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이 상품은 3년 만기로 6개월마다 사전에 약속한 조건에 충족하면 세전 연 7~8%의 수익을 돌려준다. 만기 전까지 기초자산이 상품 발행 당시 기준의 70%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수익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날 홍콩 H지수는 장중 6000선이 붕괴돼 5965.36까지 내려갔다. 역사적 저점 수준이다. 홍콩 H지수가 5000선까지 하락한 건 2006년 이후 약 17년 만이다. 지금 문제가 되는 2021년 상반기에 ELS에 투자한 이들의 원금 손실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반면 최근에 투자한 이들은 만기가 도래하는 3년 동안 H지수가 4200선만 유지하면 약속한 수익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수가 3000선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홍콩 H지수가 단기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지 않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작게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홍콩 H지수의 하방을 5750으로 제시했다. 박인금 NH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부양 의지가 확인됐지만 기업과 가계의 심리는 개선되지 못했다”며 “홍콩 H지수에 속한 기업들의 실적 예상치가 상향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부정적인 시나리오도 있다. 낮은 확률이지만 중국 본토의 부동산 경기침체가 심화한다면 5000선 초반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첨단산업과 대만 등을 놓고 미·중 분쟁이 격화되면 전저점 지수를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